웹툰엔 없는데... 연상호가 직접 밝힌 '지옥' 시즌2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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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엔 없는데... 연상호가 직접 밝힌 '지옥' 시즌2 [인터뷰]

입력
2021.11.25 18:00
수정
2021.11.2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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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설치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체험존을 찾은 시민들이 지옥의 사자 조형물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지옥도 장인'의 경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의 각본을 쓰고 직접 연출한 연상호 감독 얘기다. 그는 인류의 오랜 관념 속에만 존재해온 지옥의 모습을 자신만의 '지옥'으로 펼쳐냈다. 그 지옥이 더없이 지옥 같은 건 인간 스스로 만든 지옥이라는 점에서다. "지금은 자신이 믿는 것들에 이데올로기를 만들어서라도 기대고 싶은 세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인간이란 존재에게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지옥'에선 그 모습들을 충실하게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25일 화상으로 만난 연 감독의 말이다.


초자연적 현상을 맞닥뜨린 인간군상의 맨얼굴

기댈 데 없는 사람들의 마음속 공백은 절대적 존재에 대한 믿음으로 채워지기 십상이다. 죄없는 아내가 약물중독자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했는데, 심신미약이 인정된 살인범은 고작 징역 6년형을 살고 나온다면. 이것은 정의일까. 인간이 정한 죗값은 과연 합당한가. '지옥'에 등장하는 종교단체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유아인)는 묻는다. 죄인에 대한 심판을 신에 맡기기로 한 인간들은 지옥의 문을 열어젖힌다. 연 감독은 "종교는 극적으로 인간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매개"라고 했다.

'지옥'은 평범한 사람이 거대한 환영으로부터 지옥행 고지를 받은 후 불에 타 죽는 불가지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초자연적 현상에 새진리회는 신의 의도를 덧씌운다. 이때 '지옥'의 부제이기도 한 질문이 다시 던져진다. 이는 과연 살인인가, 천벌인가. 하지만 '지옥'은 신의 의도가 무엇인지 답을 찾기보다는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인간군상의 맨얼굴을 보여주는 데 힘을 쏟는다. "'지옥'은 부제에 대한 답이라기보단 '살인이든 천벌이든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가진 작품"이라는 게 연 감독의 설명이다.


넷플릭스 '지옥'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제공


"메시지와 재미 밸런스 맞추는 데 주력"

'지옥'은 '코스믹 호러' 장르의 관습을 충실히 따른 작품이다. "알 수 없는 거대한 우주적 공포에 맞닥뜨린 인간의 공포를 다루는 한 장르인데, 미스터리는 미스터리한 채로 남겨놓고, 그 앞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굉장히 현실성 있고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게 중점이죠." 연 감독은 "사람들의 모습을 얼마나 더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가 포인트"라며 "(지옥 속) 인간의 고민이 현실에서 우리가 하는 것과 닮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당장 우리 눈앞에 펼쳐질 수 있는 지옥이라는 점은 실체 있는 공포를 선사한다. 이를테면 새진리회의 광신도 무리 화살촉은 '신의 이름으로' 무고한 사람들에게도 집단 린치를 가한다. 오늘날 혐오가 만연한 한국사회 모습과도 포개지는 지점. 다만 연 감독은 "'지옥'에서 일어나는 일이 실제로 있을 법한 일이 되는 것도 중요했지만 어떤 특정 사건으로 보이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이 작품을 만들 때 중요했던 포인트였다"고 밝혔다.

그가 직접 연출한 첫 시리즈물인 '지옥'은 지난 1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연 감독은 "넷플릭스와 '지옥'을 구상할 땐 보편적으로 대중을 만족시킬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런 장르를 좋아하거나, 장르물을 깊게 보는 사람들이 좋아하리라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많은 분들이 작품을 봐줘 오히려 신기하다"고 했다. '돼지의 왕', '창', '사이비' 등 사회성 짙은 작품으로 주목받은 그가 대중에 본격 이름을 알린 건 1,000만 관객이 든 영화 '부산행'부터다. '부산행'을 기점으로 '반도', '염력' 등 이후 작품에선 대중성을 가미한 장르적 재미를 좇는 쪽으로 기울었다. '지옥'은 그 중간에서 균형추를 잘 맞춘 작품이다. 종교와 신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면서 대중성도 놓지 않았다. 연 감독은 "대학 시절 처음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놀랐던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같이 메시지와 재미가 공존하는 밸런스를 어떻게 구현해 시청자에게 줄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연상호 감독의 드라마 '지옥'. 넷플릭스 제공


연상호의 지옥도 '연니버스' 구축할까

그가 절친인 '송곳'의 최규석 작가와 함께 쓰고 그린 동명 웹툰을 실사화한 만큼 '지옥'은 시각적 재미를 더한다. 시각효과(VFX)로 만들어진 지옥의 사자는 압도적이다. 연 감독은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는 만큼 그 존재들이 현실 세계와는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모든 것들이 웰메이드 요소로 표현되기보다는 서브컬처 형태로 구현되길 원했고, 잘 표현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사의 모습을 거대한 얼굴로 표현한 기존 종교화에서도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장·단편, 애니메이션, 극영화, 코미디, 공포 등 형식과 내용을 넘나들며 여러 장르에 걸친 작품을 지치지 않고 내놓는 창작자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은 그만의 세계관 '연니버스'에 대한 기대를 낳았다. 연 감독은 "스티븐 킹이 작품 속 가상의 지명 '캐슬록'으로 그의 세계를 통합하는 시리즈를 내놓듯 농담 삼아 제 작품에 나오는 특수한 가상의 지명으로 통합하는 것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가끔 상상한다"며 "다만 각각 작업한 작품의 (저작권을 가진) 회사가 다르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체험존이 설치되어 있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지옥'은 지난 19일 공개돼 하루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1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연합뉴스


"시즌2 미정... 내년 하반기 만화로 만나요"

원작 웹툰은 완결 전 이미 넷플릭스 드라마화가 확정되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지옥' 시즌2보다는 웹툰으로 먼저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 감독은 "최 작가와 이후 이야기를 만화로 작업하기로 했는데 내년 하반기면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화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그것의 영상화에 대해선 구체적 논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에 의탁한 인간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여긴 인간들의 세상. 인간들의 세상에선 인간들이 알아서 해야죠"라는 마지막회 택시기사의 대사는 '지옥' 그 이후 전개에 실마리를 준다. 어김없이 집행되던 신의 고지 역시 한 차례 실패한다. 지옥을 만든 것은 인간이지만 그 지옥에서 벗어날 길 역시 인간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 아닐까. 연 감독은 "좀더 충분한 설명과 메시지가 필요한 이야기"라며 "이후 일어날 일에 대한 설명은 후속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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