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일처를 유지하는 사랑꾼으로 알려진 ‘순정파’ 바닷새 앨버트로스가 평생의 짝과 헤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먹이 사냥과 번식에 어려움을 겪는 탓이다.
뉴질랜드 왕립학회가 최근 15년간 남대서양 포클랜드 제도에서 검은눈썹앨버트로스 1만5,500쌍을 조사한 결과,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 앨버트로스 커플의 ‘이혼율’도 급격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BBC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앨버트로스는 번식에 실패했을 때 새로운 짝을 찾으려 떠나는데, 평균 비율이 1~3%에 불과하다. 그러나 해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2017년에는 8%까지 치솟았다.
연구진은 그 이유로 두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먹이 문제다. 해수 온도가 높으면 물고기 개체 수가 감소해 앨버트로스가 먹이 사냥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고, 더 멀리까지 이동해야 한다. 만약 새들이 번식기에 맞춰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면, 남은 짝은 새로운 짝을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 두 번째는 스트레스다. 먹이가 부족하고 번식 환경이 척박하면 앨버트로스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아져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궁극적으로 '이혼'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란체스코 벤투라 리스본대 연구원은 “일부일처제와 백년해로는 앨버트로스한테는 매우 흔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이들이 성공적인 번식기를 보내더라도 이혼하는 사례가 많다는 걸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어 “환경적 요인에 의한 이혼은 기후변화의 간과된 결과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연구는 앨버트로스 개체 수 보호를 위한 현황 파악 차원에서 진행됐다. 2017년 일부 조사에선 번식한 개체 수가 1980년대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벤투라 연구원은 “지구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앨버트로스 생태계에도 더 큰 혼란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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