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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빈소, 현직 의원 조문 3명뿐… '일베 탈' 쓴 문상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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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빈소, 현직 의원 조문 3명뿐… '일베 탈' 쓴 문상객도

입력
2021.11.24 19:00
수정
2021.11.24 20:5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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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반기문, 오후 주호영·김기현 조문
우리공화당 100여 명 몰려와 한때 소란
박근혜 가짜 조화 소동도… 근령씨 조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브리핑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브리핑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 장례 이틀째인 24일 빈소는 한산했다. 지난달 26일 세상을 떠난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와 달리, 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각계 주요 인사의 조문은 극히 드물었다. 조문한 이들도 대부분 고인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다만 유튜버나 극우단체 관계자들이 드나들면서 빈소 주변은 가끔 소란스러워졌다.

반기문 "노태우처럼 용서 구했어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4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서 조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4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서 조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전씨 빈소에 이날까지 문상을 온 현직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윤상현·김기현 의원 등 3명뿐이었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빈소에 도착한 주 의원은 취재진에게 "특임장관 시절 여러 번 찾아 뵌 적이 있어 명복을 빌러 왔다"면서도 전씨의 과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평가는 역사가 할 일"이라며 대답을 피했다. 전날 오후 조문한 윤상현 의원도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조문객 중엔 군사정권에서 공직을 맡았던 이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집권 과정에서 과오도 있었지만 재임 기간 동안 물가를 안정시키고 연 10% 가까운 경제성장도 이끌었다"며 고인을 평가했다. 5공화국 마지막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용갑 전 의원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담은 6·29 선언은 전 전 대통령이 (발표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을) 직접 설득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 20분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빈소를 찾았다. 반 전 총장은 10분가량 조문한 뒤 기자들에게 "광주민주항쟁 희생자에게 사과할 기회를 만들지 못해 안타깝다.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용서를 구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후 4시쯤 조문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고인에 대한 평가를 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날 저녁 빈소를 찾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개인적 조문과 별개로 전씨의 과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5.18 민주화 운동 무력 진압은 고인의 업보고, 반드시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며 "법적·역사적 평가는 사실상 다 내려졌다"고 말했다.

때때로 소란… '일베' 인형탈 쓰고 조문도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일부 극우 성향 유튜버들과 시민들이 소란을 피우고 있다. 홍인기 기자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일부 극우 성향 유튜버들과 시민들이 소란을 피우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전씨 빈소는 이날 내내 한산했지만, 종종 고성과 몸싸움을 동반한 소동도 일어났다. 오후 2시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와 지지자 100여 명이 전씨를 조문하겠다면서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방역 수칙 준수를 요구하는 장례식장 측과 충돌했다. 우리공화당 지지자들은 현장에 있던 유튜버들과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결국 이들이 20명씩 조를 짜서 조문하면서 소란은 가라앉았다.

이 와중에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를 상징하는 인형탈을 쓴 조문객도 등장했다. 자신을 "평범한 일베 회원"이라고 밝힌 그는 방명록에 이름까지 적고 조문한 뒤 돌아갔다. 이를 지켜보던 정모(44)씨는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데, 피해자들을 대놓고 조롱하는 단체 회원이 당당히 조문을 오는 세상"이라며 분개했다.

'박근혜 사칭' 조화 등장... 박근령도 조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날 오전엔 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을 도용한 조화가 빈소에 배달됐다. 유족 측은 오전 9시 15분쯤 '전(前) 대통령 박근혜'라는 패널이 걸린 화환을 받아 빈소 내부에 반 전 총장과 전직 대통령 및 영부인이 보낸 조화와 나란히 배치했다가, 장례식장 측이 '가짜'라는 사실을 밝히자 치우기도 했다. 실제 '박근혜 조화'는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준비해 오후 8시 30분쯤 빈소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의 여동생인 박근령씨도 오후 4시쯤 빈소를 찾았다. 박씨는 취재진에게 "오고 싶어도 못 오고 계신 분들이 있겠지만 죽음 앞에서는 용서와 화해 외에 정치적 논리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 답변이 끝날 즈음 한 시민이 "전두환은 역사 앞에 사죄하고 가라"라고 외치자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전두환은 죄가 없다"고 맞받아쳤고 양측 간 몸싸움이 오가기도 했다.

이정원 기자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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