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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고 조약, 벌써 공염불?... 유럽 전기료 급등에 '석탄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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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고 조약, 벌써 공염불?... 유럽 전기료 급등에 '석탄의 유혹'

입력
2021.11.24 19:30
수정
2021.11.24 19:31
2면
0 0

독일,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전력 가격 기록
수요 증가·풍력발전량 감소 '계절적 요인'도
결국 '저렴한 석탄'에 눈길... 다시 증가세로

이달 2일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의 다텔른 석탄화력발전 4호기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다텔른=EPA 연합뉴스

이달 2일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의 다텔른 석탄화력발전 4호기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다텔른=EPA 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 세계 200여 개 국가가 석탄발전 감축에 뜻을 모은 '글래스고 기후 조약'이 한 달도 안 돼 무색할 지경이 됐다. 글로벌 에너지 대란 속에 유럽에서 석탄 수요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겨울철을 맞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전력 수요는 늘고, 전기값은 도무지 하락할 조짐이 없자 결국 '값싼 석탄'을 다시 집어들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전력 가격 상승 압박 요인이 여전히 많은 탓에 '석탄의 유혹'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시간)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와 유럽 중서부 전역에서 눈과 한파 소식이 잇따르는 가운데 전력 가격이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전기값은 전날 유럽전력거래소에서 1메가와트시(㎿h)당 273.89유로(약 36만5,000원)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300유로까지 치솟았던 지난달 6일 이후 최고치다. 같은 날 프랑스에서도 전력 1메가와트시(㎿h)가 295.82유로에 거래됐다.

올겨울은 유럽 에너지 가격의 큰 고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사회·경제 활동의 회복과 함께 전력 수요는 급증한 반면, 천연가스 등 전력원 공급은 줄어들면서 이미 전기값은 오름세에 있었다. 여기에다 추운 날씨에 전력 수요가 더 늘어나고, 낮은 풍속 탓에 풍력 발전량은 오히려 줄어드는 계절적 요인까지 겹쳤다. 다음 달 초까지도 서유럽 전역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결과, 석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석탄 발전량은 최근 한 달 사이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 투자회사는 "기존 화력 발전원이 간헐적인 신재생 발전으로 생긴 (전력의 수요·공급) 격차를 메우기 위해 나서는, 익숙한 신호를 또다시 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달 초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석탄발전 감축에 앞장섰던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벌써 글래스고 기후 조약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모습이다.

탄소배출권 가격도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유럽연합(EU) 배출거래시스템에서 지난 22일 탄소배출권 선물 12월물 가격은 장중 1톤당 70.43유로(약 9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2005년 거래가 시작된 이래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 경신이다. 이번 겨울에 더 많은 석탄을 태우려면 정해진 양 이상의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인 탄소배출권이 필요하고, 시장에서 그 수요가 늘자 가격도 급등한 것이다. 배출권이 이처럼 비싸져도 천연가스 등 다른 전력원 값과 비교하면 석탄발전 비용이 저렴하다는 계산이다.

전기값이 내려가야 석탄 수요도 감소할 수 있는데,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유럽의 주요 전력원인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이 단기간 내에 늘어날 방도가 없다. 또 기름값을 잡으려 미국이 전략비축유 5,000만 배럴 공급을 결정했고 한국과 일본 등도 동참한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이런 결정에 항의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 플러스' 회의에서 원유 증산 제안이 거부될 수 있다는 예측마저 나온다. 아시아권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올해 2월 이후 증가세인 점도 유럽 전기값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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