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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 기업은행 내홍, 도쿄올림픽 영광에 찬물 끼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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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 기업은행 내홍, 도쿄올림픽 영광에 찬물 끼얹나

입력
2021.11.24 16:16
수정
2021.11.2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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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선수들이 23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V리그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기업은행 선수들이 23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V리그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구단 주장 조송화의 무단 이탈로 시작된 ‘IBK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구단의 잇단 미숙한 대응이 논란을 증폭시켰고, 전임 감독-감독 대행 간 진실 공방까지 이어지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구단은 지난 21일 팀 성적 부진과 선수 관리 부실 등의 책임을 물어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동시에 경질했다. 그리곤 조송화와 함께 팀을 떠났던 김사니 코치를 감독 대행에 임명하는 기이한 행보를 보였다. 이 상황을 지켜본 모 구단의 전임 감독은 “감독과 선수·코치간 갈등은 어느 팀이든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구단은 갈등의 이면을 면밀히 살피되 감독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맞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목 없는 선수와 코치의 동반 이탈에 구단이 사실상 동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2일엔 배구연맹(KOVO)에 ‘조송화 임의해지’ 공문을 발송하고도 서류 미비로 반송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조송화 본인의 임의 해지 서면 신청서도 없이 임의 해지를 신청한 것이다. 구단은 “선수에게 (임의해지에 관한) 구두 동의를 여러 차례 받았기 때문에 배구연맹에 임의해지를 신청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작 조송화는 이후 서면 신청서 작성을 거부하고 있어 여전히 불씨가 남은 상태다.

김사니 기업은행 감독대행이 23일 인천 흥국생명전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김사니 기업은행 감독대행이 23일 인천 흥국생명전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여기에 김사니 감독 대행의 “(서 감독으로부터) 모욕적인 언행을 들었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김사니 감독대행은 23일 인천 흥국생명전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 감독으로부터 모욕적인 말들을 들었다”고 밝혔다. 조송화가 무단 이탈하자 서남원 당시 감독이 모든 선수와 스태프가 있는 자리에서 자신에게 모욕적인 말들과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했다는 것이다.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 등 고참 선수들 역시 “저희가 느끼기에도 조금 많이 불편한 자리였다”면서 “그런 (불편한) 상황이 있었고 모든 선수들이 지켜보고 있었다”고 보탰다. 이에 서남원 감독은 “입에 담지 못할 모욕적인 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라. 그런 적이 없다. 도무지 이해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일단 기업은행은 “조송화 선수와 함께할 수 없다는 구단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못을 박으며 뒤늦게나마 수습에 나섰다. 김호진 기업은행 사무국장 역시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임의해지가 불가능할 경우 계약해지, 혹은 구단 자체 징계까지 고려 중”이라며 조송화 복귀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다만, 계약해지의 경우 잔여연봉(연봉 2억5,000만원_옵션 2,000만원)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구단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방법이다. 김 감독 대행의 향후 거취도 관건이다. 실제로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다는 이유로 팀을 떠났다가 돌아온 지도자가 경기운영 권한을 부여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상황이 가능하려면 구단은 배구팬들이 납득할 만한 사유를 내놔야 한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올 시즌 여자부는 ‘이길 팀이 이기고 질 팀이 지는’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경기의 승패가 뻔해지면서 2020 도쿄올림픽에서 비롯된 여자배구 인기가 사그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번 사태 이전에도 나오던 차였다. 새 감독 선임부터 팀을 무단 이탈한 선수와 코치에 대한 징계까지 배구팬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하루빨리 봉합되지 않는다면, 승부마저 뻔해진 올 시즌 여자배구 판도에 더 큰 악재로 작용될 전망이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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