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심리학자 서수연 성신여대 교수
어떻게 하면 ‘잘’ 잘 수 있을까?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덕분에 ‘잠을 파는’ 시장도 호황이다. 경기도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국내 수면산업 규모는 2,800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3년 8,000억 원, 2014년 1조5,000억 원, 2015년 2조 원으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숙면유도 기능성 침구류, 수면클리닉과 의료기기, 각종 의약품의 힘을 빌려서라도 ‘잘’ 자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수면심리학자인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그러나 “잠도 배워야 는다”며 “잘 자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가장 기본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첫 번째 대중 저서 ‘엄마의 잠 걱정을 잠재우는 책’을 낸 서 교수와 전화로 만나 수면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 교수는 국내1호 수면심리학자이자 임상심리전문가다.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오하이오주립대 임상심리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카고 러시 의과대학에서 심리 레지던트를 수료한 뒤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수면클리닉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았다. 지금은 성신여대에서 행동과학과 심리치료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걸음마 단계인 국내와 달리 미국 등 해외에서는 수면심리학과 행동수면의학에 대한 연구가 오래전부터 활발했다. 서 교수는 “그간 우리 사회가 수면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당오락(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 미러클 모닝 열풍 등 생산성을 위해서라면 가장 먼저 잠을 줄였다. 그 때문에 수면 문제가 발생해도 체계적인 해결 방안을 고민하기보단 약을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서 교수의 주력 연구 분야는 수면 문제를 약을 먹지 않고 심리학적 치료로 해결하는 것이다. 주로 경찰관이나 관제사, 소방관 등 업무 특성으로 인해 불규칙한 수면 패턴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책의 주제가 된 ‘엄마’들의 수면을 집중 연구하고 있는데, “엄마에게도 잠을 잘 잘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제가 둘째를 마흔에 낳았어요. 배울 만큼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그게 다 자만이더라고요. 다행히 수면 지식이 있어서 그나마 수월하게 그 시간을 지나올 수 있었죠. 아이가 생기면 이전처럼 잠을 잘 잘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엄마의 잠과 정신건강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해요. 산후우울증, 육아우울증도 많은 경우 잠을 잘 못 자는 데서 비롯해요.”
서 교수가 엄마의 잠을 강조하는 이유는 또 있다. 엄마가 잘 자야, 아이도 잠을 잘 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생아의 경우 뇌가 발달 중이라 잠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는다. 이 경우 엄마의 모유를 통해 멜라토닌이 전달되는데, 이 멜라토닌은 매일 같은 시간에 잠을 자야 일정하게 분비된다. 이런 정보는 육아 서적에 나와 있지 않다. 이뿐 아니라 기존 육아 서적에 수면 교육에 관한 잘못된 정보들이 너무 많았다. 서 교수가 수면 전문가로서 엄마와 아이의 잠에 관한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엄마의 잠’을 다루지만, 책에는 잠의 기능에서부터 불면증의 원리, 꿀잠 수치 측정 방법 등 ‘좋은 잠’으로 이끌어주는 전문가의 조언이 살뜰히 실려 있다. 궁극적으로는 ‘좋은 휴식’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서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쉬고 싶어 하지만 막상 쉬는 시간이 주어지면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몰라요. 휴식은 일상 생활에서 찾아야 해요. 잘 자고, 잘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적 기술이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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