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5개 부문 50종 후보작 올라, 양서 1,341종 응모
"몇 안 되는 독자의 독특한 취향까지 만족시키는 책이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필자를 중심으로 기존 주류 담론을 전복하거나 주류 담론의 틈새를 벌리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줄 세우는 사회'에서 '취향의 사회'로 옮겨가는 대한민국의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일상의 무력감이 커지면서 심리적 허기를 채워 줄 취미와 취향을 새롭게 발견해 가는 이들이 늘었다.
출판계는 사회 흐름을 발 빠르게 포착한다. 지난 18일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심사를 위해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 모인 심사위원들은 "세분화된 의견과 취향을 다수 의견에 묻어 버리지 않고 그 자체로 존중하는 흐름이 최근 몇 년간 출판계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독자와 필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도 올해 출판계의 특징이다. 단순히 각 집단이 섞이는 수준을 넘어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서술하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담론의 깊이와 문제 제기의 예리함이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섰다. 심사위원들은 "경험 기반 글쓰기가 학술적이거나 이론적 내용까지 연동되는 글쓰기와는 거리가 있었던 과거와 달리 상당히 정교하고 구체적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중요한 문제 제기를 일상의 필자들이 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감각이나 감정의 의미를 묻고 이를 의미화하는 작업이 다채롭게 이뤄졌다. 취약성, 아픔, 질병, 신경다양성 등과 관련한 책이 많이 출간됐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자기 체험에 근거한 교양서 출간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독자가 관련 도서에 빠르게 식상함을 느끼지는 않을지 우려스러운 면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회학의 기본으로 칼 마르크스에 집중하던 데서 벗어나 올해는 막스 베버를 선집 형태로 본격 번역·출간하는 시도도 이뤄졌다. 영국 사상가 허버트 스펜서,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의 책도 최근 번역·출간됐다. "사회를 이제는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자는 흐름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출판계의 여러 경향성을 반영하듯 올해 예심에 응모한 책은 지난해보다 늘어난 1,341종이었다.
한국일보가 주최하는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은 올해도 저술-학술, 저술-교양, 어린이·청소년, 번역, 편집 각 부문에서 10종씩, 모두 50종의 책을 골라냈다. 예심을 통과한 각 부문별 10종 가운데 본심을 거쳐 마지막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는 것은 1종뿐이지만 50종의 후보작에 선정된 그 자체로도 의미가 깊다. 학계와 출판계, 성별과 세대를 고루 안배해 꾸린 심사위원단은 열띤 토론 끝에 50종을 뽑아냈다. 본심은 12월 중순 실시해 12월 말쯤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권보드래(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두얼(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김희진(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 물' 편집장)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허희(문학평론가) 홍성욱(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심사위원(7명)이 자신 있게 권하는 '올해의 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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