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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를 위한 시상식이었다'… AMA 최고상 찍고 그래미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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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를 위한 시상식이었다'… AMA 최고상 찍고 그래미 노린다

입력
2021.11.22 15:06
수정
2021.11.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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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올해의 아티스트' 부문 수상
미국 팝음악계 최고 인기 스타임을 증명
24일 발표 그래미 주요 부문 후보 오를 가능성도

방탄소년단이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수상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방탄소년단이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수상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한국에서 온 일곱 소년이 미국 팝 역사에 굵은 획을 그었다.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즈, 빌보드뮤직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American Music Awards)의 대상 격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Artist of the Year)’를 비롯해 3개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 가수는 물론 아시아계 가수가 이 시상식에서 ‘올해의 가수’로 꼽힌 건 AMA가 시작된 1974년 이후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이로써 3대 시상식 가운데 유일하게 트로피를 받지 못한 그래미에서도 수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탄소년단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AMA에서 테일러 스위프트, 위켄드, 올리비아 로드리고, 드레이크, 아리아나 그란데 등 쟁쟁한 톱스타들을 제치고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수상했다. 올해 최고 인기 가수라는 뜻이다. 이들은 이날 시상식에서 '페이버릿 팝 듀오/그룹’과 '페이버릿 팝송'까지 수상해 3관왕이 됐다. 이번 수상은 이들이 미국 3대 시상식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이다. 빌보드뮤직어워즈에선 톱 듀오/그룹 부문을 두 차례 수상했지만 아직 대상 격인 ‘톱 아티스트’ 부문은 수상하지 못했고, 그래미에선 아직 단 한 차례도 수상하지 못했다.

올해로 49회째를 맞은 AMA는 방탄소년단을 위한 시상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상식의 피날레를 ‘페이버릿 팝송’ 수상 곡인 ‘버터’로 장식한 것을 비롯해 콜드플레이와 함께 만든 ‘마이 유니버스’로 초반 분위기를 띄웠다. 한국에서 온 보이밴드의 수상을 축하하듯 후반부엔 1980년대 미국 최고의 보이밴드였던 뉴 에디션과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합동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보이밴드 계보도에 방탄소년단을 포함시키며 이들을 미국 팝 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로 읽힌다.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이날 수상으로 미국 팝시장의 최고 스타임을 재확인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RM은 “4년 전 처음 이 무대에서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그때는 너무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며 “아무도 우리가 여기서 상을 받을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온 7명의 소년이 음악을 향한 사랑으로 뭉쳐 여기까지 왔다. 이 모든 건 기적이고, 결코 당연시 여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국은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 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장의 시작과 같다”고 덧붙였다.

AMA는 그래미에 비해 권위나 지명도 면에서 떨어지지만 미국 내에선 대중적 인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방송국 ABC가 그래미 어워즈 중계권 계약이 만료된 뒤 1974년 자체적으로 시상식을 연 것이 시작이다. 가수, 프로듀서, 엔지니어 등 음악업계 관계자 중심의 레코딩 아카데미가 수상자를 선정하는 그래미가 다소 보수적 성향을 띠는 것과 달리 AMA는 대중 친화적인 시상식이다. 빌보드 차트와 음반음원 판매량 등 상업적 지표를 토대로 후보를 선정하는 데다 100% 일반 대중과 팬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2018년 ‘페이버릿 소셜 아티스트’ 수상을 시작으로 2019년 ‘페이버릿 소셜 아티스트’ ‘페이버릿 팝 듀오/그룹’ ‘투어 오브 더 이어’ 3개 부문, 2020년 ‘페이버릿 소셜 아티스트’ ‘페이버릿 팝 듀오/그룹’ 2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날 수상으로 4년 연속 AMA 트로피를 안았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차트상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였다.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마이 유니버스’ 3곡을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 1위에 올려 놓았는데 이 세 곡이 1위를 차지한 기간만 12주에 이른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AMA 수상은 한국 대중음악의 해외 진출 역사상 최고의 성과로 꼽힐 만하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번 수상은 한국은 물론 미국 대중음악계에도 역사적인 일”이라면서 “AMA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는 그 시대에 가장 인기 있는 아티스트만 받아 왔는데 아시아 출신의 비영어권 가수가 받은 것에 대해 미국 팝계에선 지각변동 같은 충격적 사건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상으로 그래미 수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올 초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 장르별 카테고리인 팝 장르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듀엣 곡으로 협업한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에게 양보해야 했다.

백인 남성 회원이 주를 이루는 레코딩 아카데미 특성상 그래미는 다른 시상식보다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여성 회원과 유색인종 회원을 늘린 데다 소수 비밀 위원회가 아니라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전체 투표를 통해 후보를 선정하기로 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김영대 평론가는 “이미 레코딩 아카데미 1차 투표가 끝났기 때문에 AMA 수상이 그래미 후보 선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K팝에 우호적인 계층의 회원들이 늘어 방탄소년단엔 여러모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올해는 장르별 카테고리를 넘어 ‘제너럴 필드’라 불리는 본상 부문에서 후보에 오를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내년 초 열리는 그래미 시상식 후보 명단은 한국 시간으로 24일 오전 발표된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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