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KSO지휘콩쿠르' 우승자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
지난달 중순 무렵 전 세계 음악계 종사자들이 즐겨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광고를 본 것이 전부였다. 미국 출신의 신예 지휘자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26)이 'KSO(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코심)지휘콩쿠르'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우연에 가까웠다. 지휘콩쿠르 치곤 우승 상금(5,000만 원)이 꽤나 두둑했기에 눈길이 갔지만, 일정이 여의치 않았다. 브라운은 지난달부터 독일 베를린 예술대에서 막 1년 과정의 공부를 시작한 터라 콩쿠르에 참여하려면 수업에 지장이 있었다. 게다가 팬데믹 제약으로 한국행 발걸음이 쉬운 것도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몰랐다. 고민 끝의 도전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전환점이 될 것인지를. 그는 올해 처음 열린 'KSO 지휘콩쿠르'의 우승자다.
지난 10일부터 열린 본선을 거쳐 14일 결선에서 브라운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심사위원과 오케스트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브라운은 "비현실적인 꿈 같다"며 "음악가로서의 새로운 장을 위한 문이 열렸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올해 처음 열린 콩쿠르였음에도 그는 주최 측인 코심에 "모든 과정이 잘 조직됐고, 전문적으로 처리됐다"고 호평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도 "리허설에서 매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줬으며 공연 당일에는 모든 것을 쏟아붓는 열정이 느껴졌다"고 감사를 전했다.
그는 최후의 3인이 진출한 결선에서 드뷔시의 '바다'를 지휘했다. 파도의 움직임을 소리로 표현한, 인상주의 음악의 총체로 꼽히는 관현악곡이다. 브라운은 "내게 꿈과도 같은 곡인데 정작 한 번도 연주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첫 지휘인데도 그는 결선 무대에서 악보를 외워서 지휘하는 암보를 택했다. '바다'의 악보가 인상주의 작품답게 복잡하고, 표현이 까다롭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모험을 감행한 셈이었다. 전적으로 리허설 동안 자신을 신뢰하는 시간을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브라운은 "암보 덕분에 나의 에너지와 예술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함께 결선에 오른 한국 지휘자 윤한결(27)과 중국 출신 리한 수이(27)와의 경쟁은 박빙이었다. 결선 공연 후 심사위원단의 우승자 발표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심사위원 사이에서는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단원과 명확하고 안정적인 소통을 구사하면서도 오케스트라 악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브라운이 우승자로 낙점됐다. 브라운은 "앞으로도 전 세계의 음악인, 관객들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계속 도전에 나설 것"이라며 "드뷔시의 '바다'도 20번은 더 공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브라운은 미국 예일대와 영국 왕립 음악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하차투리안 국제지휘콩쿠르(3위)와 레이크 코모 지휘콩쿠르(2위) 등에서도 순위권에 오르며 지휘 능력을 인정받았다. 웨일스 BBC 국립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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