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대통령, BBC방송과 인터뷰
"이주민 데려오지 않았다" 반박하면서
'월경 돕는 군 장병 문제 없다' 취지 발언
유럽연합(EU)에 '난민 떠넘기기' 의혹을 받았던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국경 지대 군인들이 동정심에서 이주민의 월경을 도왔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 폴란드로 넘어가려는 중동발(發) 이주민들 문제로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는데도, 오히려 이 과정에서 벨라루스군의 인도주의적 행위가 있었고 큰 문제도 없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그는 이주민들을 자국에 일부러 데려온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주민이 폴란드로 건너가는 것을 벨라루스군이 도왔다는 EU의 주장과 관련, "전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슬라브족이다. 우리에겐 동정심(혹은 연민)이 있다. 우리 군은 이주민들이 독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아마 누군가가 이주민들을 도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것과 관련해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측은지심으로 벌어진 일들이 있더라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 같은 발언은 '벨라루스 정부 기획설'을 일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주민이 폴란드 국경에 몰려든 상황에 정부가 개입한 것은 없다는 의미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나는 이주민들을 여기(벨라루스)로 초청하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그들이 벨라루스를 경유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주민들이 벨라루스가 아닌 EU로 가려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들을 국경에 억류하거나 막을 생각도 없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부정 의혹과 관련해 EU의 제재를 받은 후 EU와 갈등을 빚어 왔다. 최근에는 EU로 가려는 수천 명의 이주민이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에 몰려 군사적 긴장까지 고조됐다. EU는 벨라루스가 제재 보복의 일환으로 러시아와 공조해 이주민 위기를 조장했다고 보고 있다. 4개월 가까이 국경 지대에 갇힌 이주민들 중 일부가 숨지는 일이 벌어지고 폴란드 국경수비대와 물리적 충돌까지 빚자, 지난 17일에야 벨라루스는 임시 쉼터를 마련해 이주민들을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이후 이라크 난민 431명은 고국으로 돌아가는 등 갈등 사태가 다소 봉합 국면을 맞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벨라루스 내 민주 진영에 대한 정부의 탄압 문제도 거론됐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대선 부정 의혹을 제기한 시위대에 대한 폭력 진압과 고문 의혹에 대해 "인정한다"면서도 "경찰들도 그들에게 맞았는데 (언론이) 그것은 보여 주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인터뷰에 대해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거짓말과 선전의 장을 제공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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