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가 '독불장군'으로 변질
고집 대신 실용 선택한 이재명
선대위는 윤석열 공세 본격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달라졌다. ‘이재명은 합니다’로 대표되는 추진력은 그가 자랑하는 최대 강점. 하지만 최근 숨 고르는 횟수가 부쩍 잦아졌다. 기획재정부 해체까지 거론하며 필요성을 주장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카드를 먼저 포기한다 했고, 공약 뼈대인 ‘기본소득’도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제는 대선 전략 모토를 이렇게 바꿔야 할 것 같다. ‘이재명은 필요하면 안 합니다’로.
'사이다'는 이제 그만... 후보 빼고 싹 바꾼다
이 후보가 변화를 택한 배경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대통령 감으론 불안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사이다’로 불리는 저돌성이 집권당 대선후보가 되자 타협을 모르는 ‘독불장군’으로 둔갑한 것이다. 아무리 강성 이미지를 탈색하려 해도 유권자들의 냉담한 반응에 후보가 먼저 한 걸음 물러섰다는 평가가 많다.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즉시 지급 방침을 거두자는 당의 권유를 큰 잡음 없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인 송영길 대표는 19일 “전날 당 차원에서 재난지원금 문제를 내년 이월하는 것으로 중지를 모았다”면서 “(예산회계상 불가피한 측면을) 잘 이해하고 함께 의견을 모아준 이 후보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후보의 결단 덕에 ‘초과세수 납부 유예’라는 다소 납득 어려운 방안까지 제시한 민주당도 입장을 철회할 수 있었다. 전 국민 지원금에 대한 반대 여론이 훨씬 높고, 당정 파열음까지 거세지자 이 후보가 고집을 꺾고 ‘실용’ 전략으로 돌아선 셈이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정치적 흐름을 보고 후보 스스로 현실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선거 전략 추진에도 융통성을 발휘하려는 조짐이 뚜렷하다. 이 후보의 기본 시리즈 공약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선대위 기본사회위원회의 최배근 공동위원장(건국대 교수)은 전날 “3대 기본시리즈 중 기본소득은 점진적으로 접근하겠다”며 신중론을 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후보와 선대위 모두 초반이라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며 “앞으로 실용주의자, 경제전문가 이미지에 초점을 맞춰 전략을 짤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보만 빼고 득표에 도움이 안 되는 공약과 행보는 싹 바꾸겠다는 얘기다.
윤석열에는 혹독한 잣대... '두 갈래' 전략
물론 체질 개선은 이 후보 본인과 민주당에 한해서다. 맞상대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는 신속하고 강도 높은 검증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선대위는 이날만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직무유기) 및 앞서 10일 전남 목포시 회식 후 식대 미지불(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윤 후보를 검찰에 연달아 고발했다. 이날 윤 후보 일가 검증특위도 본격 가동한 선대위는 서울 여의도에 천막을 차려 윤 후보 국민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방안 등 여론 확산 묘수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를 향한 수사 압박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김남국ㆍ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을 항의 방문해 김씨의 주가조작 의혹을 철저히 수사할 것을 요구했다. 당 원외지역위원장 협의회 역시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김씨 사건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힘을 보탰다. 선대위 대변인 박성준 의원은 “윤 후보 일가 의혹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 최악”이라며 “관련자들이 모두 구속된 만큼 남은 김씨를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자신과 선대위, 민주당의 쇄신을 이끄는 구심점임을 감안해 윤 후보의 자질 검증은 당에 맡기고 정책 싸움으로 비교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측근은 “국민은 윤 후보가 제시한 50조 원 손실보상안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며 “이 후보가 말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소상공인 지원 강화 방안에 윤 후보가 천문학적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구체적 입장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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