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를 낮추기 위한 방편으로 미국 정부가 한국, 중국과 일본 등에 '전략 비축유(SPR)' 방출을 요청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기회복과 산유국의 증산 거부에 따른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리 정부도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이달 말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 결과에 따라 풀릴 수 있는 이란발 원유 추가 공급 여부를 지켜보는 게 현명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각각 배럴당 79.01달러, 81.24달러로 거래된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올 들어 45~49% 급등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41달러로 지난 1년간 60%나 뛰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유가 하락을 위해 비축유 방출까지 요청한 것도,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급등에 따른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승용차가 주요 교통수단인 미국에서 기름값 상승은 민심 이반 이슈”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중간선거를 위해 각국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국제유가를 낮출 방법은 마땅치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의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는 미국의 거듭된 증산 요구에도 최근 생산량을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해 '마이너스 유가'의 학습효과로,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쉽사리 증산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산유국이 증산하지 않으면 미국이 자국 내 셰일오일 채취량을 대폭 늘려 유가 상승을 억눌렀지만, 최근에는 바이든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으로 셰일오일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각국의 비축유 방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석유협회 관계자는 “비상 시에 쓸 석유를 풀면 단기 유가는 떨어지겠지만 이후 더 걷잡을 수 없이 오를 수 있다”며 “비축유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이달 29일 미-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세계 석유매장량 4위지만 미국의 제재로 수출길이 막혀 있는 이란산 원유가 핵합의 결과에 따라 풀릴 경우,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바마 정부 때도 미국과의 협상 타결로 원유 수출이 풀리자 이란은 경제재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원유를 30%나 할인해 팔았다”며 “미국이 요청했다지만, 우리 정부도 이달 말까지는 비축유 방출 결론을 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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