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미국 반대로 SK 중국 공장
첨단화 무산 가능성"
SK하이닉스 "당장 우려할 상황 아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애꿎은 국내 반도체 기업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제때 들이지 못해 반도체 생산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18일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중국 장쑤성 우시(無錫) 공장에 반도체 초미세공정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배치하려는 계획이 미국 정부의 제동으로 좌초될 위험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D램 칩의 30~40%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EUV 장비는 반도체 미세공정을 구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장비로,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EUV 장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SK하이닉스가 EUV 장비로 공정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비용 절감과 생산속도 개선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가 수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삼성전자나 미국 마이크론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라면서, SK하이닉스가 미중 갈등의 또 다른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은 최근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겠다며 전방위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중국으로 가는 첨단 장비 수출길을 막은 것이다. 미국은 고급 컴퓨터(PC) 칩 제작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와 지적재산권(IP) 등의 분야에선 절대 강자다. 미국의 장비와 기술 없이는 첨단 칩 생산은 아예 불가능하다. EUV 역시 일찌감치 중국 수출이 금지된 장비 중 하나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외신 보도에서처럼 당장 가시화될 위협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의 수출길 차단으로 이미 중국 공장에 EUV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 현재로선 전혀 없는 상태여서, 당장 미국의 강경 조치로 입을 타격도 없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제 막 국내 D램 생산에 EUV 공정을 도입한 터라 중국에 도입하는 방안은 현재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며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중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의 기로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연간 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60%에 달한다. 이 중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의 약 30%는 중국에서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이야 중국 사업에 큰 영향이 없지만 중국 정부가 중국에서 첨단 생산공장을 지으라는 식으로 압박을 하면 아주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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