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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장조 될까 우려에 금융 공공기관장 '구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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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장조 될까 우려에 금융 공공기관장 '구인난'

입력
2021.11.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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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진흥원장 인선, 차일피일 미뤄져
주요 후보군인 경제 관료, 기피 분위기
보수 많은 금융협회장에 밀려 인기 시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오대근 기자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오대근 기자

금융 공공기관장 자리가 구인난을 겪고 있다. 공공기관을 이끌었다가 정권이 교체된다면 곧바로 물러나야 한다는 우려감에 후보군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초 공석이 되는 주요 금융협회장 자리가 '알짜배기'로 부각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보수가 적은 금융 공공기관장 인기는 시들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부터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원장 공개 모집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말 3년 임기를 마친 이계문 서금원장 후임을 찾기 위한 절차다.

하지만 서금원장 인선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금융위는 서금원장 모집 공고를 지난 9월 23일 1차로 낸 데 이어 지난달 8일 2차 모집을 실시했다. 서금원장 후보군을 추려 최종 인사권자인 금융위원장에게 보고해야 하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2차 모집을 지난달 22일 마감한 뒤 한 달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1, 2차 모집 공고 과정에서 서금원장 후보로 지원하거나 추천된 인사 가운데 적임자가 적었다고 본다. 특히 서금원장 주요 후보군인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 부처 출신 관료들이 서금원장 자리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3월 대선으로 정권이 바뀌면 임기 3년을 채우긴커녕 문재인 정부와 함께 퇴임하는 '순장조'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2월에 각각 박재식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임기를 마치는 점도 서금원장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경제 관료 사이에서 금융협회장은 공공기관보다 정권 교체 여파가 약한 반면 보수는 더 많은 '알짜 직위'로 통해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성과급을 포함한 서금원장 보수는 2억6,150만 원인 반면 금융협회장 연봉은 4억 원대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계문 원장이 서금원을 1년만 더 이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른 금융 공공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문성유 전 사장 후임을 뽑기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문 전 사장은 임기 1년을 앞두고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지난달 말 중도 사퇴했다.

관가에선 그동안 조직 규모가 큰 캠코 사장을 노리는 경제 관료들이 많았으나, 정권 말에 실시하는 이번 공모는 서금원처럼 미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한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권 말기에 공공기관장 위상은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기관장 임기를 보장하는 관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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