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시원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루키 문정민(19)을 만난 첫인상이다. 우월한 신장(172㎝)과 시크한 웃음, 그리고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답변하는 언변까지. 문정민의 매력은 이 한마디에 모두 담겨 있다.
문정민은 내년 KLPGA 1부 투어 출전권을 획득한 신인이다. 그는 3부 투어부터 1부 투어까지 오르는데 단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올해 4월 3부 투어인 ‘KLPGA 2021 XGOLF · 백제CC 점프투어’ 1~4차전 성적을 바탕으로 정회원으로 승격한 문정민은 5월부터 2부 투어인 드림투어에 진입, 4번째 출전 대회만에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우승을 포함해 세 차례 톱10에 진입하는 등 드림투어 상금 순위 19위로 내년 KLPGA 1부 투어 모든 경기의 출전권을 따냈다.
흔치 않은 초고속 1부 투어 승격이다. 그만큼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는 방증이다. 문정민은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가 장기다. 드라이버는 평균 270야드(약 247m) 정도 날린다. 그는 “2부 투어 당시 가장 거리가 많이 나는 선수였다”며 “드라이버는 정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아이언 샷과 쇼트게임을 못하는 선수도 아니다. 2부 투어라도 쇼트게임을 못해서는 상위권에 오를 수 없다. 하지만 문정민은 최근 자신의 쇼트게임 실력에 좌절을 맛봤다. 문정민은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열린 KLPGA 투어 정규 대회인 S-OIL 챔피언십에 추천 선수로 초청됐다. 1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의 무난한 스코어로 경기를 마쳤던 그는 둘째날 2타나 까먹으면서 1오버파로 컷 탈락했다. 1타만 줄였어도 컷 탈락을 면할 수 있었다.
컷 탈락보다 문정민을 더 화나게 한 것은 1부 투어 데뷔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퍼트가 너무 안됐다. 내 실력의 40%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래서 12월부터 2개월 동안 예정된 미국 전지훈련 동안 쇼트게임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주무기는 장타지만 쇼트게임이 약하면 1부 투어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문정민은 ‘세리 키즈’다. 또래 친구들이 박인비의 활약을 보며 골프를 시작한 것과 달리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샷을 하는 박세리 경기의 재방송 장면에 사로잡혔다. 쇼트트랙 선수였던 그는 이후 골프 선수로 전향했다. 문정민은 “모든 것을 다 쏟아 붓는 박세리 프로의 모습이 너무 멋있게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골프가 여전히 즐겁다. 골프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하고 그만큼 골프가 좋다. 그렇다고 골프에만 얽매이는 건 아니다. 샷 연습과 체력 관리를 위해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쉼 없이 달리지만 그 이후에는 친구들과 맛집을 찾아 다니고 수다를 떠는 평범한 또래의 여성으로 돌아간다.
문정민은 메인 스폰서와 계약을 앞두고 있다. 프로 선수들 가운데 전문 모델 못지않은 외모의 선수들만이 될 수 있다는 타이틀리스트 어패럴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든든한 후원사가 생겼으니 2022년에는 더 큰 도전에 나선다. 내년 문정민의 목표는 대부분의 신인들이 그렇듯 첫 우승과 함께 신인왕이다. 자신의 롤 모델인 박세리, 고진영처럼 꾸준한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되는 것 역시 목표다.
신인에게 1부 투어는 모든 것이 낯설고 불명확하다. 그럼에도 문정민은 물러나지 말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 당당하게 끝까지 밀고 나가자는 전략이다. 문정민은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는 만큼 데뷔 첫해부터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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