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4)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 한국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해 5.2이닝 동안 69개의 공을 던지며서 무실점(2피안타 2볼넷) 호투, 팀의 3연속 선발승을 이어가는 한편 데일리 MVP에도 선정됐다.
지난달 29일 키움전에 선발 등판한 이후 무려 19일 만의 등판이었다. 정규시즌에서 자기만의 루틴에 따라 ‘5일 휴식’도 거부한 채 ‘4일 휴식 후 등판’을 지켰던 데스파이네였기에 자칫 제 컨디션을 찾기 힘들 수도 있었다. 그는 “평소 루틴대로 등판하지 못하리란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3차전은) 나의 시즌 마지막 등판일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그래서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더 철저하게 준비했고 집중력도 높였다”라고 말했다.
데스파이네는 올해 정규시즌 두산을 상대로 3경기에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5.40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의 데스파이네에게 동기부여는 충분했다. 특히 1위 결정전에 이어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연이은 호투로 KT의 에이스로 거듭난 쿠에바스의 존재는 데스파이네에게 자극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강철 감독도 경기 후 “데스파이네가 더그아웃에서도 평소답지 않게 차분한 모습을 보이더라. 옆에 안장 있는데도 일부러 말을 안 걸었다”라며 “아무래도 쿠에바스의 활약에 자극 받지 않았나 생각된다”라며 웃었다. 이에 대해 데스파이네는 “쿠에바스 뿐만 아니라 소형준도 좋은 피칭을 보였다. 투수진에선 내가 제일 연장자 아닌가. 나도 내 역할 하고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웃었다.
데스파이네가 5.2이닝 동안 던진 공은 단 69개에 불과했다. 정규시즌이었다면 완투ㆍ완봉도 충분히 가능했다. 이강철 KT 감독 역시 “당시 0-0이었다면 데스파이네를 교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데스파이네는 “나 역시 마음은 9회까지 던지고 싶었다. 그만큼 좋은 컨디션이었다”라고 아쉬워하면서도 “하지만 (교체는) 더 확실한 승리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결정을 존중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의 실패가 올해 약이 됐다고 한다. 데스파이네는 지난해 11월 두산과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4실점(7피안타 3사사구)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그는 “지난해 포스트 시즌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인 후 줄곧 ‘만회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오늘 기회가 왔다. 그래서 더 집중력 있는 모습이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승리로 KT는 창단 첫 통합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데스파이네는 “허도환을 제외하고 우승을 경험한 KT 선수가 없다. 이번에는 우승에 거의 근접해 있다. 우리는 충분히 우승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4차전에서 우승을 확정짓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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