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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와 배제, 양극화와 극단주의 배경에 외로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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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와 배제, 양극화와 극단주의 배경에 외로움이 있다

입력
2021.11.19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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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 '고립의 시대' 번역·출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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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증유의 감염병 재난 상황으로 '고립의 시대'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비대면 원격 근무가 일상화됐고 친목 모임의 횟수도, 규모도 줄었다. 사회적 단절로 외로움과 고립감이 깊어진 데서 비롯된 우울증을 뜻하는 신조어인 '코로나 블루'도 익숙한 말이 됐다. 코로나19로 가족 외 모든 사회적 관계가 소원해졌음이 통계청 조사 결과로도 확인됐다.

하지만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신간 '고립의 시대'(원제 The Lonely Century)를 통해 스마트폰과 도시의 비대면 시스템, 감시 노동에 갇힌 채 살아가는 21세기 현대인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이미 만성 고립 상태에 있었다고 지적한다. 물질만능주의와 인간 소외, 정치에 대한 혐오와 냉소, 공동체 와해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위험 요소를 '외로움'이라는 공통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한 책이다.

노리나 허츠.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노리나 허츠.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저자가 말하는 외로움은 정서적 상태만이 아닌 고용주나 정부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정치적·경제적 배제 등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단순히 남과 가까워지고 싶은 소망을 넘어 공정하고 다정하게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싶은 욕구의 표현이라는 이야기다.

사회가 원자화되고 외로움이 커진 이유는 다층적이다.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집중하면서 인간 고유의 소통 능력을 잃었고, 도시가 커지고 익명성이 강화되면서 무심함과 적대감이 늘었다. 비정규직 근로 형태가 확산하는 긱 이코노미는 노동자가 상시로 별점으로 평가받는 '감시 자본주의'다.

저자는 특히 신자유주의가 오늘날 외로움이 커지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 이념으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공동체가 무너졌고, 거대 기업과 거대 금융에 큰 권력과 재량권이 주어지면서 많은 이가 '국가가 시장에 속박돼 국민을 돌보지 않는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초경쟁과 이기심 추구 등의 자질을 앞세운 신자유주의는 인간관계에도 중대한 변화를 일으켰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만성화되고 있는 외로움에 대해 저자는 '외로움 위기'라고 표현한다. 단순히 정신 건강 문제만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외로움이 알코올 의존증이나 비만 못지않게 신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점은 다양한 연구 결과로도 나와 있다. 무엇보다 외로움은 정치적 위기다. 저자는 우파 포퓰리즘의 배경도 외로움에서 찾았다. 그는 "야만과 퇴보가 아닌 고립과 정상적 사회관계의 결여"라는 한나 아렌트의 나치즘 추종자에 대한 분석을 언급하며, 포퓰리즘 정치인이 경제적으로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유권자의 고립감을 포착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소속감과 인정을 바라던 소외계층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결속감 고취에 열광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동체 공백을 비집고 들어가 대규모 의례와 같은 집회를 수시로 열었고, '우리가(we)'와 '우리를(us)'을 외쳤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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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문에서 외로움 위기의 규모를 짚어내고, 이 위기 극복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알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공허한 주장만 늘어놓지 않고 수많은 연구와 인터뷰, 경험 등을 활용했다. 참고문헌 목록이 90쪽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자료를 인용했다.

책의 상당 부분은 신자유주의가 현대인을 협력자가 아닌 경쟁자로, 돕는 사람이 아닌 투쟁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흔한 비판에 할애돼 있다. 하지만 평가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자본주의를 공동선과 연결하고 자본주의의 심장부에 돌봄과 온정과 협력을 놓아야 한다"는 대의적 명제와 함께 정부, 대기업, 기관뿐 아니라 개인이 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긱 이코노미 노동자 보호 법안과 SNS 기업의 유해한 행위로부터 사회를 보호할 법안 마련,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이웃에게 말 걸기 등 의미 있는 구체적 조치를 제안한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다시 모임을 갖게 됐지만 우리의 외로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스마트폰을 잠시라도 한쪽에 치워 두고, '외로운 세기'에서 벗어날 작은 한 걸음이라도 내디뎌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고립의 시대·노리나 허츠 지음·홍정인 옮김·웅진지식하우스 발행·492쪽·2만2,000원

고립의 시대·노리나 허츠 지음·홍정인 옮김·웅진지식하우스 발행·492쪽·2만2,000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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