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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들의 시대

입력
2021.11.17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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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달 7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열린 '사회주의 혁명'(10월 혁명) 104주년 기념집회에 참석한 공산당 지지자들이 구소련 창시자인 블라디미르 레닌(오른쪽)과 구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사진을 들고 레닌 묘지로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달 7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열린 '사회주의 혁명'(10월 혁명) 104주년 기념집회에 참석한 공산당 지지자들이 구소련 창시자인 블라디미르 레닌(오른쪽)과 구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사진을 들고 레닌 묘지로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12월호 표지기사로 ‘악한들(Bad Guys)이 승리하고 있다’ 제목의 기사를 다뤘다. 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인 앤 애플바움은 기사에서 “20세기가 공산주의, 파시즘, 폭력적 국가주의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향해 순탄치 않은 전진을 한 역사라면, 21세기는 지금까지는 그 반대의 역사”라고 진단했다. 나쁜 지도자로는 러시아의 푸틴, 중국의 시진핑, 터키의 에르도안,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벨라루스의 루카셴코가 표지를 장식했다.

□ 21세기 악한들의 승리는 서로 연대하고 거래하며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애플바움은 이를 ‘독재국가 주식회사’라고 불렀다. 과거 독재는 한 악한이 경찰을 동원해 폭력을 휘두르는 이미지였다. 오늘날의 독재는 악한 한 명이 아닌 약탈적 금융구조, 군과 경찰 정보기관, 전문 선전가로 구성된 정교한 네트워크에 의해 운영된다는 얘기다. 네트워크는 해외 독재 국가들과 연대하면서 기관, 기업 간에 부패 비즈니스를 한다. 푸틴과 루카셴코의 경우 개인적으론 반목하나 서로의 생존을 위해 거래하고 지원한다.

□ 서방 제재를 받는 벨라루스에 러시아 경찰은 훈련, 무장을 시켜주고 기업은 상품을 구매해주며 언론은 기사를 작성해준다. 마두로의 베네수엘라 역시 러시아·중국의 투자와 차관, 터키의 불법 금 교역, 쿠바의 치안 노하우 전수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악한들은 부와 안전을 유지하고 민주주의 확산을 막는다. 역사에서 팬데믹이 권력 확대와 권위주의를 초래한 사실에 비춰보면 독재국가㈜는 앞으로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

□ 이에 맞서듯 민주주의 보루를 자처해온 미국이 내달 민주주의 주요국(D-10) 정상회의를 연다. 주요 7개국(G7)에 한국 인도 호주를 포함한 D-10은 세계의 민주주의 회복, 악한 견제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악한들의 모델인 국가주의가 대안으로 거론될 만큼 미국식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는 떨어져 있다. 양당 정치의 한계, 확대되는 불평등으로 유용성이 뒤처진 결과다. D-10을 반중국 전선의 한 축으로 삼으려는 미국으로선 민주주의 효용성을 입증하는 게 먼저다.

이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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