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통첩 게임'에 변수 추가해 전향적 사고 확인
#당신은 '최후통첩 게임'을 하고 있다. 진행자는 돈을 나눠 갖자는 제안을 한다. 수락하면 진행자가 제시한 비율대로 둘이 나눠가질 수 있다. 하지만 분배 비율이 불공평하다고 판단하면 거절할 수 있다. 이 경우 당신과 진행자 모두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게임이 끝난다. 당신은 얼마만큼의 제안에 승낙할 것인가. 5대 5, 혹은 6대 4?
행동경제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의 최후통첩 게임은 인간의 상호성을 보여준다. 국내 연구진은 이 실험에 두 가지 변수를 추가했다. A 진행자 그룹은 실험참가자가 제안을 거절하면 그 다음 게임에서 제시 금액을 늘리고, 반대의 경우 금액을 줄였다. B 진행자 그룹은 무작위로 다음 금액을 제시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두 수 이상 앞을 내다보는 '전향적 사고(forward thinking)'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공개되지 않은 A 진행자 그룹의 특성을 읽어내 최대의 이익을 얻어냈다. 바둑이나 체스를 둘 때처럼 앞을 내다보고 상대방의 행동을 통제해 이익을 극대화한 것이다. 연구진은 가치판단을 하는 뇌의 특정 영역이 이 과정에서 활성화된다는 점도 확인했다.
정동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우리 뇌가 타인을 어떻게 조종하는지, 어떤 신경 기작을 이용해 의사결정을 내리는지에 관한 원리를 뇌과학적으로 분석해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진이 디자인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우리 뇌는 미래에 대비하는 전향적 사고를 통해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는 뇌 활성부위를 보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에서도 확인됐다. 계산신경 모델의 정보처리과정과 뇌 영상 데이터 비교 분석 결과, 의사 결정 과정에서 복내측전전두엽 영역이 미래 상호작용에 대한 가치까지 계산한다는 표상 결과가 나왔다. 연구결과는 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 'elife'에 게재됐다.
정동일 교수는 "후속으로 복내측전전두엽의 전략적 사고 기능 상실이 조현병 등과 같은 정신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것"이라며 "조현병의 특징 중 하나인 과대망상 증상은 '내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믿음이 잘못된 것인데, 이 관계를 살펴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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