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수도권 넘는다 '초광역협력' (상)
부울경 수소산업 기반…초광역협력 '시너지' 기대
수소 공급망, 수소 교통망, 수소 선박 개발 등 협업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울산에서 부생수소로 만들어지는 수소량은 연간 82만 톤. 국내 생산량의 50%를 차지한다. 생산단가는 ㎏당 2,000~3,000원 수준이지만, 충전소에 도착하는 순간 8,000원대로 치솟는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 있는 충전소도, 창원에 있는 충전소도 같은 가격이다. 특수 장비를 이용한 고가의 운송비 탓이다. 전국의 도시가스 파이프라인은 지구 한 바퀴를 감고도 남지만(4만5,000㎞), 전국의 수소 파이프는 200㎞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부생수소를 생산하는 화학단지에 몰려 있어 충전소 등에는 튜브 트레일러로 운송된다. 평균 운송비는 ㎏당 2,600원꼴로 배보다 배꼽이 크다. 미래산업의 ‘쌀’로 비유되는 친환경, 궁극의 연료지만 저변 확대를 위해 공급망 확충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부산시, 울산시, 경남도가 이 문제를 함께 극복, ‘수소경제권’ 구축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일찌감치 서울과 경기 지역으로 기업과 인재가 몰리는 수도권 극일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동남권 메가시티(부울경 메가시티)로 손을 맞잡은 지자체들이다. 최근 출범 속도를 내고 있는 ‘부울경 특별지자체’를 통해 다양한 분야와 레벨에서 협력이 이뤄지겠지만, 그중에서도 수소 관련 산업 분야의 공통분모를 찾아 연계하고 협력을 통해 수소시대를 선도, 관련 시장을 선점하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울산연구원 강영훈 박사는 22일 “부울경을 아우르는 수소 배관망을 구축하면 각 지역에 산재한 수소 인프라를 묶어 유기적 생태계를 형성하게 된다”며 “안정적 수소 공급망이 형성되면 수소산업 전 주기 기술 발전을 부울경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H2KOREA(수소융합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전국 수소 관련 기업 526곳 가운데 131곳(24.9%)이 동남권에 자리 잡고 있다. 수소 생산·저장·운송업체 도 10곳 중 4곳도 동남권에 있다. 집적된 자원을 바탕으로 부울경이 원활한 협력을 이뤄낼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건이다.
동시에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공급망 구축뿐만 아니라, 협업 강화와 비용 분산, 정부의 정책적 보조도 필요하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은 수소자동차와 부생수소를 생산 및 공급하고, 부산은 수소선박과 항만을 활용한 산업 개발이 기본 역할이 될 것"이라며 "수소 연구기관과 조선업 등 다양한 활용 산업 분야에서 비교 우위를 지닌 경남까지 협업하는 동남권 수소경제권 건설은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정부도 부울경의 이 같은 강점을 인식하고 수소경제권 구축을 포함해 조선산업 재도약, 동북아 스마트 물류 플랫폼 구축 등의 추진과제를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수소경제권 구축에 대한 초광역협력 지원은 부울경의 선박, 해양 플랜트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인프라와 함께 시너지를 낼 것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울산시 관계자는 “수소와 암모니아 등 무탄소 연료를 활용한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 실시간 데이터 수집 분석을 통해 선박기자재를 보전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 등에 부산, 경남과 협업할 예정”이라며 "이 협력을 통해 국내 조선산업도 경쟁력을 제고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 지자체의 초광역협력 계획에는 지역 대학을 통한 생산기술인력 양성, 소형선박업체들을 위한 컨트롤 타워 등 수주협의체 구성도 포함돼 있다.
허승원 행정안전부 자치분권지원과장은 “전략산업을 과거와 달리 지역이 주도하고, 그 산업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데 초광역협력 지원의 의미가 있다”며 “지역별로 초광역권 발전계획을 수립하면, 범정부 초광역 지원협의회와 분야별 실무 TF에서 검토해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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