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경제안보상 중요성이 높아진 반도체산업을 지원하는 기금 조성 등을 골자로 한 정책 패키지를 제시했다. 첨단 반도체 공장 유치와 기존 공장의 개보수를 지원하는 기금 마련 등 단계적 지원을 통해 2030년 일본 기업 매출이 현재의 3배에 가까운 13조 엔이 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16일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장관은 “첨단 반도체의 국내 제조 거점 정비와 최첨단 반도체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는 19일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대책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돼, 2021년도 보정예산안(한국의 추가경정예산)에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일차적으로 집중하는 긴급 대책은 첨단 반도체 공장의 국내 유치로, 경산성 산하 국립연구개발법인인 ‘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NEDO)’에 기금을 마련해 지원한다. 기금 규모는 미정이지만 최소 5,000억 엔 이상으로 1조 엔을 웃돌 가능성도 있다. 대만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이 지원 1호 대상으로, 약 4,000억 엔을 기금에서 지원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TSMC 지원 조건으로 반도체 부족 시 증산에 응할 것을 요구할 전망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안정적 생산과 투자를 요청하고 철수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드는 것도 검토한다.
하기우다 장관은 “애프터 코로나 성장의 열쇠는 국가 전체에서 폭넓은 디지털 투자의 활성화”라면서 정부 지원을 통해 ‘디지털 패전(敗戰)’으로까지 불리는 일본의 상황을 반전시킬 것을 다짐했다. 다만 당장 일본 기업의 반도체 기술은 TSMC나 삼성전자 인텔 등 세계 기업과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어 정부 지원이 실제 기술격차 극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일본의 르네사스가 세계적 자동차 반도체 부품 부족 현상에도 불구하고 자체 설비투자 대신 위탁 생산을 늘리는 것이 그 예다. 르네사스는 지난 9일 28나노 차량용 신제품을 발표했지만, 자사 공장에서 제조할 수 있는 것은 40나노밖에 안 돼 TSMC 등 해외 기업에 위탁 제조할 계획이다. TSMC가 구마모토에 설립하는 공장 역시 최첨단 초미세공정 제품이 아닌 28나노 수준으로, 일본 내 자동차 업체의 부품 수급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경산성은 그동안 공적 자금으로 산업을 키우려 했지만, ‘히노마루(日の丸) 액정’을 기대한 재팬디스플레이(JDI)는 경영난을 겪는 중이고 ‘히노마루 반도체’를 만들려던 엘피다메모리는 2012년 경영 파탄으로 미국 기업에 인수됐다”면서 ‘이번에는 성공할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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