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노래·춤 가능 여부로 유흥시설 기준 세워
유흥시설 자정 제한에 라운지바·힙합라운지로 몰려
일반음식점서 춤추면 불법? 자치구 조례 따라 달라
구청 "현장 단속 어려워"… 유흥업주 "형평성 어긋나"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힙합라운지에서 12일 밤 손님들이 춤을 추고 있다. 김소희 기자
"새벽 3시까지 DJ 라인업" "백신 2차까지 안 맞아도 입장 가능"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라운지바·힙합라운지 등이 밤샘 영업에 나서면서 방역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 업소는 사실상 클럽처럼 운영되는데도 유흥시설로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업시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방역당국은 위드 코로나 시행에 맞춰 1일부터 유흥시설을 제외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규제를 풀었다.
'일반음식점' 등록했지만 내부는 '클럽'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힙합라운지에서 12일 밤 손님들이 춤을 추고 있다. 김소희 기자
위드 코로나 시행 후 두 번째 '불금'을 맞은 12일 밤, 서울 이태원의 한 힙합라운지 앞에선 직원이 "새벽 6시까지 영업한다"며 호객행위를 했다. 가게 내부는 음악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흥겹게 춤추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거나 아예 쓰지 않고 술을 마시는 손님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인근의 라운지바들에도 자정을 넘기자 사람들이 몰렸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문을 닫은 클럽에서 빠져나온 손님들이 일시에 쏟아져 나오는 통에 일부 라운지바는 줄을 서서 대기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지하에는 유흥주점인 클럽을, 지상에는 일반음식점인 라운지바를 함께 운영하는 업소는 밤 12시가 되자 손님들을 클럽에서 라운지바로 올려 보내며 영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들 업소들은 유흥시설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자정까지인 영업시간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방역당국은 위드 코로나 1단계 이행계획에서 유흥시설로 분류되는 유흥·단란주점, 클럽, 나이트, 감성주점, 헌팅포차 등 업소에 대해선 밤 12시까지로 영업을 제한하고 '백신 패스'를 도입하도록 했다.
유흥·단란주점에 해당하는 클럽과 일반음식점을 가르는 기준은 '(업소 안에서) 노래하거나 춤을 출 수 있는지' 여부다. 그러나 라운지바·힙합라운지 등은 일반음식점임에도,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것을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
영업시간·백신 패스 제한 없이 밤새 춤판…형평성 지적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라운지바에 입장하기 위해 13일 0시 무렵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있다. 김소희 기자
이처럼 사실상 클럽처럼 운영하는 일부 업소들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다는 이유로 곳곳에서 시간제한 및 백신 패스 없이 방역당국의 눈을 피해 영업하고 있지만, 현장 단속은 쉽지 않다.
일부 자치구에선 아예 조례로 일반음식점에서 춤을 출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단속 기준조차 애매한 측면이 있다. 똑같이 영업을 해도 자치구에 따라 등록 업종이 다른 탓에 섣불리 단속에 나섰다가 반발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유명 M클럽의 경우 용산구에선 유흥주점, 마포구에선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다. 위드 코로나 이후 불야성인 홍대 클럽거리는 마포구가 제정한 이른바 '춤 허용 일반음식점' 조례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홍대 유명 클럽들은 대부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운영하고 있다.
혼란스럽기는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이태원에서 라운지바를 운영하는 황모(44)씨는 "손님들이 흥에 겨워 몸을 흔드는 것도 불법이냐"며 "어디는 합법이고 어디는 불법이라면, 고위험시설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나가거나 불시 단속을 해도 잠시 영업을 멈춰 현장 확인을 못 하거나 업소 측에서 발뺌하면 처분하기가 쉽지 않다"며 "새벽까지 24시간 영업을 하는 일반음식점을 계속 지켜보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불법과 탈법을 오가는 일반음식점이 성행하면서 영업시간 제한을 받는 유흥시설 업주들의 불만도 쌓여가고 있다. 이태원의 한 클럽 직원 이모(30)씨는 "금지돼 있다고는 하지만, 라운지바에서 춤을 추는 건 다 아는 사실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단속하는 순간에만 영업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적발되지 않는 일반음식점들이 많은데, 단속하려면 강력히 해야 한다"며 "유흥시설은 영업시간을 지키는데 일반음식점이 밤새 무도 행위를 하도록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라운지바에 입장하기 위해 13일 0시 무렵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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