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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노인·기저질환·와상환자 외면" 한 정신병원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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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노인·기저질환·와상환자 외면" 한 정신병원의 호소

입력
2021.11.14 15:5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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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정신병원 관계자, 청와대 게시판 글
20명 확진… 코호트 격리 후 20명 추가 확진
병원 "보건소는 무관심, 질병청은 감독 회피"
"귀찮은 환자 안 받겠다는 건가" 불만 토로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 코호트 격리됐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뉴시스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 코호트 격리됐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뉴시스

방역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병원에 대해 별다른 대책 없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조치만 내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공립의료시설에 중증환자 병상 확보 등의 조치는 뒤로한 채 병원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엉망진창인 정신병원에 대한 코로나 방역 현실’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경기도의 한 정신병원에 집단감염이 발생, 지금도 확산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소규모 병원에 대한 대처는 참으로 기가 막히고 허탈할 뿐”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관할 보건소는 무관심, 정신과 거점 병원인 국립정신건강센터는 무반응, 질병관리청은 감독 회피”라며 “이게 현실”이라고 분노했다.

해당 병원은 환자 160명과 의료진 40여 명이 근무 중이며,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20명 발생하자 방역당국은 ‘코호트 격리’ 조치를 내렸다.

그는 “코호트 격리는 예를 들어 10명이 사는 섬에서 8명이 전염병에 걸릴 경우 2명을 희생시킴으로써 전염병을 막는 방식”이라며 “다른 방법으로 감염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최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 코호트 격리인데, 방역이란 이름으로 건강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잔인한 폭력”이라고 했다.

실제 방역당국은 확진자 20명이 발생한 병원 2층에 코호트 격리조치를 내렸지만, 2층과 3층, 5층 등에서 20여 명의 확진자가 추가 발생하는 등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쓴이는 “확진자 중에는 80대 5명, 70대 4명, 60대 5명 등이 있고, 이 중 80대 확진자만이라도 국립정신보건센터에서 치료받도록 해 달라고 했지만 센터는 물론 중수본조차 병상 부족을 이유로 외면했다”며 “더욱이 중수본 관계자는 ‘다른 정신병원에서 코호트 격리 중에 2명이 죽었다’고 답변해 기가 찼다”고 했다.

글쓴이는 “방역당국에 있는 분들은 ‘정신과 환자의 병상은 따로 정해져 있다’ ‘70대 이상, 심각한 기저질환, 와상(누워 있는)환자는 이송을 받아주지 못한다’고 했다”며 “결국 병동생활 잘하고 젊고, 건강한 환자, 즉 멀쩡한 환자만 우선적으로 이송이 가능하다는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이는 속된 말로 ‘귀찮은 환자’는 안 받겠다는 것”이라며 “의사는 환자를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진리마저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글쓴이는 중수본이 다른 층에 있는 음성 환자를 전원(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라는 조치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방역당국은 해당 병원에 2층 코호트 격리 대상자 외 3층과 5층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키라고 권고했다”며 “2층 확진자 중에 3층과 5층 환자와 왕래했던 분들이 많아 잠복감염 환자일 수 있는데 어떻게 다른 병원으로 보내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신과 환자의 전원을 위해선 환자 상태를 면밀히 검토하고 보호자 동의를 거쳐야 한다”며 “방역당국은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데 왜 전원만을 강요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병원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잠복기일 수 있는 확진자를 다른 병원에 보내는 건 또 다른 집단감염을 발생시키는 것”이라며 “환자 중 60여 명 정도는 코호트 격리가 해제된 후 재입원 전제라는 동의하에 가정에서 자가격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선에선 죽음을 각오하고 환자들과 사투를 벌이는데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방역당국을 보면서 의료진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며 “비확진자마저 위험에 빠트리는 코호트 격리 조치만 내리지 말고, 국공립 의료시설 병상을 늘려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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