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1년 넘게 산안법 위반 혐의 적용 고심 중
집단감염 발생한 다른 사업장으로 확대 가능성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직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계속 일을 시키다 결국 집단감염으로까지 번졌다면, 회사는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까. 지난해 경기 부천 물류센터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쿠팡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정부가 1년째 고심 중이다.
고용노동부와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쿠팡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사건은 지난해 5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직원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쿠팡은 다른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36시간 정도 계속 작업을 시켰다. 결국 물류센터에서 일한 사람과 가족 등 152명에게 코로나19가 옮아간 집단감염 사태로 번졌다.
조사에 들어간 방역당국은 초기 확진자에 대한 밀접접촉자를 제대로 분류하지 않고, 확진자 발생 이튿날에도 직원들에게 출근할 수 있느냐고 묻는 등 기본적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쿠팡은 '방역당국 협조하에 센터를 가동했다'고 했으나, 방역당국은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답변하기도 했다.
이때 코로나19 확진 피해를 입은 쿠팡 직원 11명과 쿠팡대책위는 결국 지난해 9월 쿠팡 관계자 8명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쿠팡이 산안법 51조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 장소에서 대피시키는 등 안전 및 보건에 관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알리지 않은 게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 볼지 여부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산업재해로 본다면 당연히 형사 처벌과 그로 인한 손해배상 등 민사 소송까지 이어진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산업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또 한번 '산안법 51조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이 고용부로부터 받은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산안법 51조를 적용해 회사 측 책임을 물은 사례는 14건에 불과하다. 2013년 노량진 수몰사고로 7명이 사망한 사건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과 함께 이 사건 수사를 진행한 고용부 부천지청은 현재 고용부에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과 '안전 및 보건에 관하여 필요한 조치'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유권 해석을 요청해뒀다.
산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올 경우, 쿠팡은 물론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업장에서 근로자들이 회사 측의 부실한 대응을 문제 삼아 소송을 낼 수도 있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정병민 변호사는 "정부가 법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해 이 같은 중대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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