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연락 금지' 위반 땐 벌금형 가능
원격근무로 달라진 노동환경도 반영
퇴근 후나 휴일에 회사로부터 업무 연락을 받는 건 대부분의 직장인에겐 ‘피하고 싶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제 적어도 포르투갈에서는 사측이 비(非)근무 중인 직원에게 함부로 연락하는 게 매우 힘들어지게 됐다. 그런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의회 문턱을 넘은 것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포르투갈 의회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노동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고용주는 불가피한 예외적 상황이 아닐 땐, 근무시간 외에 노동자에게 전화나 휴대폰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업무 연락을 할 수 없게 됐다. 금지 의무 위반 땐 벌금을 낼 수도 있다. 6일부터 발효됐고, 적용 대상은 10인 이상 사업장이다.
업무 연락 금지 조항의 취지는 노동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보호다. 법안에도 “고용주는 노동자의 사생활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집권당인 사회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근무환경 변화에 맞춰 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적 노력을 추진해 왔다.
실제로 새 노동법에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포함, 사무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일하는 ‘원격근무' 보편화 흐름이 다수 반영돼 있다. 원격근무와 관련, ‘필요 물품은 사측이 제공해야 한다’ ‘전기요금이나 인터넷 요금 등 추가 비용은 사측이 상환해야 한다’ 등의 조항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8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는 고용주와 협의 없이도 원격근무 보장 △노동자가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소 두 달에 한 번씩은 상사와 대면 필수 등도 포함됐다.
유로뉴스는 “포르투갈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근무 원칙’으로 전환한 유럽 내 첫 국가”라고 전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이참에 원격근무를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애나 멘데스 고디뉴 포르투갈 노동사회보장부 장관은 “원격근무의 장점은 누리면서 단점을 줄이면, 이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기대감도 드러냈다.
미 CNN방송은 또, 포르투갈이 수도 리스본을 중심으로 디지털 노마드(사무실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일하는 노동자)를 유치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디뉴 장관은 “포르투갈은 디지털 노마드와 원격근무자를 위한 최고의 장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노동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려는 명문화 작업이 포르투갈에서 처음 이뤄진 건 아니다. 프랑스는 2017년 이미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노동자가 업무시간 외 회사 연락에 응답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법제화했다. 지난해 유럽의회 고용위원회도 “재택근무자가 고용주와 연락이 닿지 않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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