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근이·멧돼지 중 하나는 먹겠네", 지금 보면 불편한 과거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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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근이·멧돼지 중 하나는 먹겠네", 지금 보면 불편한 과거 예능

입력
2021.11.1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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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이 KBS '1박 2일 시즌1'에서 상근이에 대해 말했다. 방송 캡처


"상근이하고 멧돼지하고 붙으면 둘 중 하나는 먹겠네."

2008년 '1박 2일 시즌1'에서 방송인 강호동이 한 말이다. 먹거리 구하기에 막막함을 드러내던 이수근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대형견 상근이를 바라보며 "오늘 상근이가 같이 온 목적이…"라고 말을 흐렸다. "상근이 최후의 날?"이란 자막도 삽입됐다. 출연진이 상근이를 바라보며 보신탕을 떠올리는 장면에는 재밌어 해야 할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웃음소리 효과가 추가됐다.

해당 회차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시청 가능하다. 옛 예능들이 다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강호동 이수근이 상근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여러 차례 공유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관련 게시물에 "웃기기만 하다" "저 시절의 방송이 그립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지금 저런 장난을 했다면 난리 났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의 이야기 중 일부분은 옳다. 오늘날 예능 출연자가 눈앞의 개를 보며 보신탕 이야기를 꺼낸다면 그는 큰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은 JTBC '펫키지'에서 김희철이 유기견 관련 발언을 했다가 지적을 받았던 일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유기견을 키운다는 게 정말 대단한 거다. 솔직히 강아지 전문가들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는 초보자들에게 유기견을 절대 추천을 안 한다"고 말했다.

김희철이 트위치 생방송을 통해, 그리고 JTBC 측이 공식입장을 통해 책임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당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김희철의 이름이 언급됐다.

김희철이 과거 JTBC '펫키지'에서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 캡처

강호동 이수근 김희철의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몇 년 동안 대중의 인식이 상당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를 보고 보신탕을 떠올리는 출연자들을 보며 웃던 시청자들은 이제 유기견 관련 발언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출연자가 지나가듯 남긴 말에도 긴 불평을 늘어놓는 이들을 예민한 사람으로 치부하며 '불편러'라고 부른다. 부정적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불편러'들은 '옳지 않은 것들'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공론화를 위해 애써왔다.

예능에도 이들의 영향력이 미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 예능은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안겨주는 순간 그 의미는 변색된다. 변화를 외치는 '불편러'들은 시청자 게시판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비판했고, 관계자들은 이에 귀 기울였다. 덕분에 좀 더 건강한 웃음을 주는 예능으로 발전해왔다.

사실 옛 예능에는 개와 관련된 것 외에도 논란이 될 만한 발언들이 수없이 많다. 방송에서 성적 농담을 했던 연예인도 있다. 오늘날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맥락조차 읽지 않은 채 스타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근거 있는 불편함은 예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돕는다. '불편러'를 그저 까칠한 사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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