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동네 아파트 놀이터서 놀면 주거침입? "공동시설은 외부인도 쓸 수 있어"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옆동네 아파트 놀이터서 놀면 주거침입? "공동시설은 외부인도 쓸 수 있어"

입력
2021.11.13 11:00
수정
2021.11.13 12:36
0 0

다른 아파트 아이들 신고한 입주민 대표
전문가들 "입주민 평온 깨지 않아 주거침입 아냐"
"공동주택법에 외부인 공동시설 이용 가능 명시"

입주민들, 아이들 신고한 입주자대표 해임 추진

게티이미지뱅크

수도권의 한 아파트 입주민 대표가 단지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외부 어린이들을 '주거침입'과 '기물파손' 혐의로 신고하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과연 어린이들에게 죄를 물을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혐의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이 문제를 촉발한 입주민 대표는 "사과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입장입니다.

김준우 변호사는 11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아파트 전체 입주민들의 공용 대지에 있는 놀이터를 두고 우리 집에 침범했다고 주거침입죄로 기소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김 변호사는 그 이유로 "단순히 침입한 게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경우에 주거침입죄로 처벌한다"며 "예를 들어 밤 11시, 12시에 고성방가를 했으면 모르겠지만 6시, 7시면 조금 시끄러워도 누군가의 주거 평온을 해칠 정도라고 보긴 어려워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는데요.

다만 "단독주택 대문 안에 들어왔다, 담을 넘었다 하면 주거침입죄가 된다"며 "부속공간은 야외공간이라도 주거침입죄로 단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성배 변호사도 12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서 "공동주택관리법시행령은 관리주체가 입주자의 이용을 방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주민 공동시설을 인근 공동주택단지 입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아이들이 별도의 기물을 파손하지 않는 한 침입으로 평가하기도, 고의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냈는데요.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같은 방송에서 "아이들이 놀이터 갈 때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지, 주거침입의 마음이 있겠냐"며 "제가 따로 알아본 바로는 (입주민 대표가 주장한) 손괴 사실도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승 연구위원은 "대한민국이 이렇게 각박해졌나 하는 생각에 화가 난다"며 "아이들은 아무 잘못이 없고, 어떤 죄명을 이야기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는데요.



'감금협박' 혐의는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압박했는지 따져야"

다른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이들이 자신의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았다며 경찰에 신고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을 상대로 입주민들이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반대로 아이들의 부모가 입주자 대표를 고소한 감금협박 혐의 입증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어요. 박 변호사는 "아이들이 어른의 꾸중에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 있지만,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라는 협박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지,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물리적 심리적 압박을 행했는지는 따져봐야 할 것 같다"며 "일종의 판단착오로서 고의가 부정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앞서 인천 영종도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자 대표 A씨가 지난달 12일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어린이 5명이 "기물을 파손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뒤 아이들을 관리실로 데려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적은 글에는 "할아버지가 'XX 사는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했다"며 "휴대전화와 가방을 놓고 따라오라며 화를 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아이 부모들도 A씨를 감금 및 협박 혐의로 고소했고, 이 사건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공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그러나 논란의 당사자인 입주자 대표 A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해당 아이들과 부모에게 사과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요. 그는 "지금까지 다른 아파트 애들이 와서 노는 것을 제재한 적은 없었고, 우리 아파트 애들과 함께 어울리는 건 상관이 없다"면서도 "우리 아파트 (기물) 파손 방지와 여러 가지 손실, 특히 소음 문제로 주민들 원성이 너무 세 우리 아파트 인원이 한 명도 포함이 안 된 순수 외부 아이들이 우리 아파트 놀이터를 장악해 밤늦게까지 이렇게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입주자 대표 "아이들·부모에 사과할 생각 없어"

YTN라디오 유튜브 캡처

A씨는 "2년 동안 우리 아파트에 와서 놀던 그 외부 학생들이 미끄럼틀 통 위에서 뛰어놀기 때문에 위험하고 파손 위험이 있어서 수차례에 걸쳐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며 "학생들이 공유와 사유 개념을 모르고 정당하다고 생각해 내 얘기는 안 믿어 이런 문제를 경찰에 판단 받고 싶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그는 "애들이 여기가 공유지라고 주장하며 대들고 막 항의하고 하니까 적반하장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사회적으로 찬반이 있을 수 있고, 잘잘못을 떠나 도대체 어떻게 봐야 되는 건지 궁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린이들 부모가 주장하는 감금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걔들을 데리고 갔다, 핸드폰을 뺏었다, 사무실에다 감금했다, 이런 얘기는 있을 수도 없고 전무한 얘기"라고 부인했는데요.

한편 아파트 입주민들은 11일 긴급 대책 회의를 열어 A씨 해임을 위한 절차와 관련, 현수막 제작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입주자대표회장 해임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가 관할하는 투표로 이뤄지는데요. 이 법 시행령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뽑힌 회장의 경우 관리규약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해임할 수 있게 했습니다.

박민식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라이브 이슈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