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에 응급환자 이송도 빨간불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00명 발생하는 상황을 대비해 정부가 재택치료 필수품인 산소포화도 측정기 30만 개를 확보하기로 했다. 재택치료 비중을 확진자의 50% 수준으로 늘릴 경우 내년 2월까지 필요한 물량이다. 그런데 반도체 부족 사태 때문에 측정기 생산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요소수 대란이 겹치면서 응급환자 이송 체계까지 조마조마하다. 재택치료 확대가 어려워지면 의료체계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측정기 생산업체 국내 단 한 곳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산소포화도 측정기 30만 개를 추가로 구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00명으로 늘면 절반을 재택치료로 관리하기 위한 대비책이다. 하루 2,500명씩 재택치료에 들어가면 일주일에 측정기 1만7,500개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이 내년 2월까지 이어진다 가정하고 방대본은 측정기 30만 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재택치료자는 매일 체온과 산소포화도를 재서 건강관리 앱에 입력하고, 의료진은 이를 토대로 건강 상태를 파악한다. 재택치료가 결정되면 지방자치단체나 보건소가 체온계와 산소포화도 측정기, 해열제 등이 들어 있는 키트를 보내준다.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손가락을 넣고 잠시 기다리면 수치가 표시되는 의료기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측정기 생산업체 중 질병관리청에 공급 가능한 사양의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참케어' 한 곳 뿐이라 중국산도 함께 쓰고 있다.
방대본은 참케어에 30만 개 중 절반가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생산량은 일주일에 약 5,000개. 이동화 참케어 대표는 “이달 중하순 1만 개, 다음 달 1만5,000개까지 늘릴 예정인데, IC 칩 공급이 불안정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미국·중국산 부품 부족할까 노심초사
참케어 측정기 부품은 55%가 국산이고, 나머지는 미국과 중국에서 들여온다. 반도체가 들어가는 IC(집적회로) 칩이 미국산이다. 이동화 참케어 대표는 “현재 확보한 IC 칩은 8만 개 분량”이라며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영향으로 IC 칩 물량이 크게 부족하고, 가격 변동도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다른 IC 칩으로 대체하면 식약처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산소포화도 수치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는 중국산이다. 내년 1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가 시작되면 중국 생산업체가 장기간 휴무에 들어갈 예정이라 두 달 정도는 공급이 어렵다. 결국 물량을 최대한 당겨서 미리 받아둬야 하는데, 필요한 만큼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코로나 방역마저 미·중에 영향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요소수 대란까지 가세했다. 응급 상황이 생긴 재택치료자를 이송할 구급차 상당수에 요소수가 들어간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 보건소가 보유한 구급차 460대 중 370대(80.4%), 민간 의료기관이나 이송업체의 3,834대 가운데 2,369대(61.8%)가 요소수 필요 차량이다. 소방청은 119구급차의 89.9%가 요소수를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산업계의 높은 미·중 의존도가 코로나19 방역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김옥수 방대본 자원지원팀장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의료기기용 IC 칩을 다량 구매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허가 절차도 미리 준비하도록 식약처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인 의원은 “요소수 수급 대책에서 응급 환자 이송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0시 기준 재택치료 중인 확진자는 총 3,994명이다. 전날 하루 동안 신규로 재택치료가 결정된 사람은 572명으로, 같은 날 발생한 신규 확진자(2,425명)의 23.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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