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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다 남성?... '이남자'만 잡겠다는 이재명·윤석열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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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다 남성?... '이남자'만 잡겠다는 이재명·윤석열의 착각

입력
2021.11.12 04:30
수정
2021.11.12 07: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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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캐스팅보터 '이여자'는 배제

이재명(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명(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나란히 '한곳'만 바라보고 있다. 20대 남성.

차기 대선 캐스팅보터로 20대가 떠오르자,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청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둘에게 20대는 오직 '이남자'(20대 남성)라는 것. '이여자'(20대 여성)는 뒷전, 혹은 잘 보이지 않는 존재다.

그러나 이는 전략적 패착이다. 2017년 대선에서 20대 여성의 투표율은 20~50대 남성보다 높았다. 더구나 '이여자'는 사실상 최대 캐스팅보터 집단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하면, '이여자'는 어느 쪽에도 마음 주지 않고 대선레이스를 조용히 관전 중이다.

이재명도 윤석열도 "20대 남성을 잡아라"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20대 지지율이 취약해 요즘 '청년 구애'에 열심이다. 청년 중에서도 남성 청년을 더 자주, 적극적으로 호명한다.

윤 후보는 지난달 청년공약을 발표하면서 "여성가족부가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등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며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20대 남성의 여가부 폐지 요구에 호응한 것이다. 윤 후보는 "청년층 관점에서 공정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대표 분야가 성범죄"라며 무고죄 처벌 강화도 약속했다. 역시 남성 중심의 공약이었다.

이 후보도 이남자 마음잡기에 뛰어들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민주당 인사들에게 '2030 남자들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했고, 9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건 옳지 않다"며 여성가족부 개편을 약속했다. 10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페미니즘을 입 밖에 꺼내지 못하는 정당"이라는 홍 의원 지지자의 글을 공유하며 '이남자'에 대한 관심을 거듭 표했다. 11일엔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1년 유예한다고 공약했는데, 역시 '이남자'가 핵심 타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재명도 윤석열도 아니다" 마음 못 정한 이여자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놓치고 있는 게 있다. 둘의 더 큰 표밭은 '이남자'보단 '이여자'다. 리서치뷰의 지난 6, 7일 가상 양자대결에서 20대 여성 지지율은 이 후보(28%)와 윤 후보(25%)가 팽팽했다. 20대 남성 지지율은 이 후보(26%)보다 윤 후보(49%)에 기울어져 있었다. '이여자'는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 비율이 29%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이여자'는 적극적 투표층이다. 20대 여성의 지난 대선 투표율은 79%로, 20~50대 남성(71~77.9%)보다 높았다. 리서치뷰 조사에서도 '반드시 또는 가급적 투표를 한다'고 답한 '이여자'(93%)가 '이남자'(84%)보다 많았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11일 "20대 여성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지지세가 강했지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이후엔 관망하는 중"이라며 "20대 남성들의 보수화가 뚜렷한 것과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선출되기 이틀 전인 3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을 방문해 청년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선출되기 이틀 전인 3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을 방문해 청년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뉴시스


'이남자 착시'에 빠진 여의도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청년 전략이 반쪽인 건 '유권자=남성'으로 설정한 여의도의 관성적인 시각 때문이다. 특정 커뮤니티 등에서 돌출하는 소수의 과격한 목소리만 귀담아 듣는 것도 문제다.

한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는 "대선캠프는 자발적으로 사람이 모이고 늘 시간에 쫓겨 일을 하는 곳이라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달리 말하면, 현재 대선캠프가 내놓는 공약이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가 아니라 단기간에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대선후보들이 이른바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셈이다.

이 같은 피상적 접근으로는 20대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0대가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이유를 젠더가 아닌 사회구조에서 찾아야 한다"며 "4050세대의 기득권을 깰 노동유연성 확보, 연금개혁, 부동산개혁 등의 해법을 내놓는 후보가 결국 '이남자'와 '이여자'의 마음을 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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