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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자원안보'인가

입력
2021.11.11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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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규
김연규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편집자주

21세기에 새로운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강대국 세력 경쟁과 개도국 경제발전을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경제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 수출 세계 7위의 경제규모가 되었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이사회는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하였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광물자원의 90%, 에너지의 97%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절대적인 자원과 에너지 빈곤국가이자 다소비 국가이다. 우리는 자원과 에너지 수입에만 매일 1조 원 이상을 쓰고 있다. 반도체, 철강, 선박 등 우리의 대표 수출업종이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훨씬 많은 돈을 들여 원료를 수입하고 있다.

에너지와 자원이 안정적 가격으로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생존과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 경제에 원료가 들어와서 생산이 되는 신진대사(metabolism) 구조는 반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지난 20세기 동안 해외자원개발, 비축, 도입 정책 등을 실시해 석유, 가스, 광물 등 에너지와 자원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다.

최근 에너지와 자원 상황이 시급하게 돌아가는 원인은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풍력 등 대표적인 21세기 첨단 산업 분야에서 국가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산업 경쟁은 배터리와 재생에너지에 그치지 않고 드론, 3D 프린팅, 인공위성, 통신장비 등 디지털 분야로 거의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 이제 세계경제는 첨단제조업, 재생에너지, 디지털산업이 주도하고 그 주된 원료는 희토류와 희소금속이다.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치는 '불안한 1위'라는 의견이 많다. K배터리의 치명적 약점은 '불안한 원자재 공급'에서 찾아야 한다. 21세기의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디지털 등 첨단산업과 제조업을 지속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한 새로운 자원안보 정책과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2021년 10월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자원안보기본법 제정과 한국형 자원안보 공급망 진단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정부에서도 자원안보 지표를 개발해 자원안보 상황을 항시 진단하고 대응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정부의 자원안보 위기 대응역량을 제고하기 위하여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자원안보기본법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자원안보 관련 법률은 해외자원개발법·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도시가스사업법·광해광업공단법 등으로 쪼개져 있기 때문에 급변하는 에너지 자원 시장 변동에 취약하다.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자원안보 개념은 기후변화 등 환경위기로 우리의 원재료가 석유가스 등 에너지에서 점차로 핵심광물 등 자원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 새로운 자원안보 개념의 출발점은 미국 중국 유럽연합 일본 등은 희토류와 희소금속과 같은 기술금속이 21세기의 새로운 첨단 산업에서의 각국의 경쟁력과 주도권을 결정할 것이라고 보고 기술금속의 안정적 공급 확보에 사활을 건 쟁탈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자원은 국가안보에 매우 밀접한 사안이며 기존 자원개발 중심정책에서 자원안보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제 자원안보 확보를 위해서는 해외 자원개발을 통해 단순히 원재료 생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우리의 취약성은 생산된 원재료를 가공하고 이러한 원재료들이 원료의 탈을 벗고 다양한 기능 소재로 변신시키는 원천 기술 확보에 있다. 이제 자원안보는 원재료 채굴과 확보, 중간 가공과 공정기술 확보, 소재 부품 산업 생태계 구축, 사용후(EOL: End-of-Life) 재활용 등의 통합된 공급망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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