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4년 전 '지식인'서 감동줬던 두 고등학생...온라인서 깜짝 재회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4년 전 '지식인'서 감동줬던 두 고등학생...온라인서 깜짝 재회했다

입력
2021.11.11 09:00
수정
2021.11.11 10:39
0 0

2007년 '지식인' 질문·답 남긴 이들 14년 만에 재회
"인생 재미 없다" 물음에 "인생은 고독" 조언
꾸준한 "공감" 댓글에 13년 만에 반응한 답변자
1년 지나 질문자도 감사 인사하며 재등장

질문 글을 올린 지 14년 만에 채택한 질문자와 답변자의 훈훈한 사연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다. 네이버 지식인 캡처

질문 글을 올린 지 14년 만에 채택한 질문자와 답변자의 훈훈한 사연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다. 네이버 지식인 캡처

2007년 네이버 질의응답 서비스 '지식인'에서 질문자와 답변자로 만난 두 고등학생이 14년 만에 온라인에서 재회해 누리꾼 사이에 눈길을 끌고 있다. "인생이 재미 없다"라는 질문 글에 남긴 당시 10대의 진솔한 답변과 14년 뒤 30대로 성장해 덧붙인 따뜻한 추가 답변이 훈훈함을 만들어 내고 있다.




① "인생 재미없다" 고2에 "고독한 삶 그 자체 즐겨라" 답한 고3

2007년 한 고교 2학년 남학생이 "인생이 재미가 없다"며 인생 재밌게 사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네이버 지식인에 올렸다. 네이버 지식인 캡처

2007년 한 고교 2학년 남학생이 "인생이 재미가 없다"며 인생 재밌게 사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네이버 지식인에 올렸다. 네이버 지식인 캡처

2007년 7월 4일 네이버 '지식인'에는 "인생 재밌게 사는 법"이라는 제목의 질문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 남자라고 소개한 글의 작성자 A씨는 "삶이 참 재미 없고 지루하다"며 "친구들은 잘 놀고 하는 거 같은데 전 왠지 잘 안 되네요.. 뭐가 하고 싶은지 조차 알 수 없는 게 한심하다"고 씁쓸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재밌게 사는 법 없나요? 인생을 재밌게 바꾸고 싶어요"라고 고민을 소개했다.

글을 올린 지 이틀 후 고3 여학생이 그의 모습이 딱 자신의 1년 전 모습과 같다며 장문의 글로 답했다. 답변자 B씨는 자신이 인생에서 재미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과 느낀 점을 투박하지만 진솔하게 전했다. 뻔한 위로나 상황을 함부로 판단하고 탓하는 말 대신 과거 자신과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동생에게 조언한 것이다.




질문 글에 질문자보다 한 살 누나라고 밝힌 'chos****'씨가 2007년 당시 올린 장문의 답변. 네이버 지식인 캡처

질문 글에 질문자보다 한 살 누나라고 밝힌 'chos****'씨가 2007년 당시 올린 장문의 답변. 네이버 지식인 캡처

B씨는 "나도 인생 재밌게 살려고 별 쇼 다해봤으나 진짜 재밌는 건 없더라"며 재미를 느끼려 공부와 연애를 해봐도 아주 잠깐만 재밌고, 무념에 빠져 혼자 다녀봐도 재미보단 심심함이 컸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친구 관계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인생이 뭐 이런 게 재미져. 뭐 뭘 바래요~"라고 말한 그는 "밤 8~10시사이 근처 공원에 츄리닝같이 편하고 좀 나가 보이는 식(?)의 옷으로 입고 엠피 끼고 산책하면 기분 좋던데요"라고 구체적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공부와 티비로 재미를 찾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며 "삶이 지겹고 외로우면 그냥 그 자체로 즐기세여"라는 말을 남겼다. "고독 즐기는 것만큼 재밌는 건 없으니 고독을 즐기라"고 말한 그녀는 "쓸쓸하면 쪽지하세요. 즐겁게는 못 해드리지만 한풀이는 해드리죠 뭐"라고 긴 글을 맺었다.

'지식인'은 질문 글에 달린 여러 답변 중 가장 도움이 된 것을 질문자가 채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A씨는 당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어떤 답변도 채택하지 않았다. B씨의 답변에는 간간이 감동적이란 반응의 댓글이 달렸지만 B씨는 정작 질문을 한 A씨가 자신의 답변을 읽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②13년 뒤 직장인 돼서 다시 돌아온 고3 답변자

2007년에 남긴 B씨의 답변에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와 댓글을 남겼다. 네이버 지식인 캡처

2007년에 남긴 B씨의 답변에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와 댓글을 남겼다. 네이버 지식인 캡처

그렇게 몇몇 사람에게만 소소한 감동을 주고 잊혀지는 듯했던 질문 글에 지난해 B씨가 돌아왔다. 13년 만이었다. 고3 수험생이었던 B씨는 어느덧 30대의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그를 13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해당 글로 다시 부른 건 그의 답변을 찾아와 댓글로 말을 건넨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B씨의 답변에 공감하고, 위로받는 등 저마다의 인생을 얘기했다.

B씨는 13년 만에 장문의 글로 인사를 전했다. 그는 "제가 어릴 때 이런 글을 썼다는 것도 밑에 분 댓글로 알았다"며 "요즘 인태기(인생 권태기) 또 느끼고 있었는데 무려 10년도 전에 제가 이런 글을 쓴 게 되게 신기하네요. 마치 지금 저에게 해주는 말 같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B씨가 질문 글에 돌아와 남긴 댓글. 네이버 지식인 캡처

작년 10월 B씨가 질문 글에 돌아와 남긴 댓글. 네이버 지식인 캡처

또한 자신은 결혼도 하고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다며 "여러분 인생 재미없죠? SNS 같은 곳 보면 왜 이들은 즐겁게 사는데 난 이렇게 불행한가 싶죠? 서른 살 넘어가니 남들 인생 다 똑같더라고요.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그냥 내 인생이 곧 답이다라고 생각하고 사시라"는 진심이 담긴 조언을 남겼다. "인생이 재미없긴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라는 거!!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행복 가득하길 바라요!♥"라는 응원의 말도 잊지 않았다.




③ 14년을 건너 결국 질문자에게 닿은 답변...누리꾼 "감동"

온라인에서 사연이 화제가 되자 누리꾼들은 해당 질문 글을 찾아 댓글로 감동을 표현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인 캡처

온라인에서 사연이 화제가 되자 누리꾼들은 해당 질문 글을 찾아 댓글로 감동을 표현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인 캡처

그 후 1년이 더 지난 7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30대가 된 A씨가 돌아온 것이다. A씨는 7일 해당 답변에 "죄송하네요.. 질문을 남기고 지금 처음 봤어요...하하 답변 감사합니다 지금 봐도 좋은 답변이네요"라고 뒤늦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14년 전 건넨 답변이 세월을 돌고 돌아 결국 가닿은 것이다.

그러자 하루 뒤인 8일 B씨는 "14년 만에 뵙는다"며 다시 답글을 남겼다. 그는 잊고 살았는데 알림을 보고 놀랐다며 "30대가 된 지금은 인생이 조금 더 재밌어 졌을까요? 아니면 10대 때와는 또 다른 요소들로 고단함을 느끼고 계실까요?"라고 질문했다. 또한 "어떤 인생을 살고 계시든 그 인생 속 주인공인 질문자님의 선택은 항상 바른 곳을 향해 있을 거예요"라며 "질문자님도 저도 앞으로도 노잼시기가 한가득이겠지만 이날을 추억하며 즐겁게 웃어넘겨봐요! 당신의 30대를,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겠습니다"라는 따뜻한 응원을 전했다. 이렇게 고등학생이었던 A씨와 B씨는 14년 만에 30대가 되어 온라인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해당 사연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다시 한 번 따뜻한 감동을 안겨줬다. 누리꾼들은 "마음이 따듯해진다"며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고 감탄했다. 14년 전 고3의 인생 조언이 지금 읽어도 위로와 힘이 된다며 "저장해뒀다가 삶이 재미 없고 힘들 때마다 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답변자 고3때나 지금이나 말에서 따뜻함이 묻어 나오는 거 똑같은 거 신기해..." "나 왜 눈물나냐ㅠㅠ 글에서도 뭔가 시간이 느껴져서 뭉클하다",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다들 비슷하게 고민한다는 공감이랑 응원하는 모습이 위로 받는 기분이다", "07년생 감동받고 총총총..나 뱃속에 있을 때네...", "이런 게 바로 삶의 재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혜린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