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튼브링크 국무부 차관보 10일 입국
산업부 인사도 만나... 공급망 논의 주목
이재명·윤석열 대선후보들 성향 파악도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2박 3일 일정으로 10일 한국을 찾았다. 9월 취임 후 첫 방한으로 외교부 당국자들과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물론, 경제부처 고위 인사와 여야 대선후보들까지 두루 접촉한다. 그의 직위와 직급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광폭 행보’라 할 수 있다.
앞서 7~10일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날 오후 입국했다. 11일 오전에는 카운터파트인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와 양자 협의를 갖는다. 같은 날 오후에는 외교부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이성호 경제외교조정관과 최종건 1차관을 만난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방한 기간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위 인사와도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태 차관보는 한미일 3국 협력과 한반도 이슈 등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문제를 주로 다룬다. 이런 역할을 하는 미 국무부 관료가 외교부 경제정책 담당자와 산업부 인사까지 만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중국 견제에 역점을 두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놓고 한국 측 움직임에 그만큼 촉각을 세우고 있다는 제스처로 읽힌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미 상무부 요청에 따라 이달 8일 공급망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드 미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취재진에게 “미국 측의 추가 조치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몬드 장관은 7일 “기업들이 제출한 자료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추가 조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며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 이 때문에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의 입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자료 제출 이후 반도체 공급망 재조정을 위한 양국의 협력 방안 내지, 구체적 압박 메시지가 전달될 수도 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11일)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12일)를 각각 면담할 예정이다. 미 차관보가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을 공개 접촉하는 것 역시 드문 일이다. 이념 지향점이 다른 두 후보를 미리 만나 성향을 파악해 두는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본 업무에 해당하는 ‘종전선언’ 추진을 의제로 한미의 추가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이번 방한 일정 자체가 ‘경제 안보’와 한국 대선후보들과의 스킨십 쌓기에 집중돼 있어 종전선언 이슈는 다소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란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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