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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권한 '가족돌봄제도' 썼더니... 워킹맘 절반 "고과· 승진 불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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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권한 '가족돌봄제도' 썼더니... 워킹맘 절반 "고과· 승진 불이익"

입력
2021.11.10 18:10
수정
2021.11.1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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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학교 문 닫자 '아이돌봄' 여성에게 집중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여성 둘 중 한 명은 코로나19 사태로 아이를 학교와 유치원에 보낼 수 없게 되자 돌봄 부담을 떠안게 됐고, 이로 인한 휴가 사용으로 승진 실패 등을 겪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돌봄 공백을 해소하겠다며 '가족돌봄휴가'를 적극 권장했지만, 워킹맘들은 정작 써봐야 불이익만 받았다는 얘기다.

10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런 내용이 담긴 중등 이하 자녀를 둔 조합원 55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코로나19가 여성노동자에게 미친 영향 정책토론회'에서 공개했다.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가족돌봄제도로 인한 불이익을 경험한 여성은 52.0%로, 남성(46.4%)보다 4.6%포인트 높았다. 불이익 유형을 보면 여성들은 고과 평가, 승진 등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비중이 55.5%로 가장 높았고, 중요도가 낮은 부서나 업무로 일방적 배치됐다는 응답이 16.8%였다.

가족돌봄휴가란, 코로나19 사태로 각급 학교들이 문 닫으면서 돌봄 공백이 생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긴급하게 도입한 제도다. 가족을 돌볼 필요가 있을 경우 최대 20일까지 휴가를 쓸 수 있고 최대 50만 원까지 지원한다. 만약 회사에서 휴가를 주지 않을 경우 신고하라며 '집중신고' 기간까지 만들었다.

이렇게 정부가 적극 나서서 권장한 제도임에도, 정작 그 제도를 이용한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이 여성에게 쏠리기 때문이다.

이는 설문조사의 다른 내용에서도 드러난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주말 돌봄노동 시간을 보면 남성은 9시간에서 10시간으로 1시간 늘었다고 응답했지만, 여성은 9.6시간에서 15.2시간으로 5시간 이상 불어났다. 자녀 돌봄 때문에 쓰는 연차휴가 또한 남성(7.3일)보다 여성(9.7일)이 많았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남성 3.5%, 여성 14.5%로 4배 넘는 차이를 보였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가 여성노동자에게 미친 영향 정책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장명선 한국양성평등진흥원 원장이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1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가 여성노동자에게 미친 영향 정책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장명선 한국양성평등진흥원 원장이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토론에 나선 박건 인하대 의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040 여성노동자들을 심층면접해본 경험에 대해 얘기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어린이집이 문 닫자 아이를 돌보느라 계약 한 건 못 한 보험설계사 여성도 있었고, 육아휴직을 쓰고 오면 고된 병동 3교대 근무에 투입하는 관행을 걱정하는 행정직 간호사도 있었다"며 "워킹맘들은 밖으로는 회사 내 평판이 나빠질 것이라는 불안감, 안으로는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동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전체 가사노동 중 여성이 수행하는 비율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66%인 반면 한국은 81.4%에 달하고 성평등 인식 수준도 낮아서 돌봄 부담이 여성에게 쏠린다"며 "출산, 양육을 해나가는 30대 여성이 가장 크게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남성, 여성 간 임금 격차, 더 나아가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 등으로 이어진다. 이날 공개된 한국노총 설문 조사에서도 불이익을 받았다던 여성 가운데 76.8%가 '이직 또는 퇴직을 고려한다'고 응답했고, '퇴사를 준비 중'이란 대답도 50.9%로 절반을 넘겼다.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직장 내 불리한 처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가족돌봄휴가를 썼을 경우 회사와 근로자가 복귀 뒤 처우에 대해 미리 협의하는 걸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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