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반군 "대화 통한 정치적 해결 필요"
아프리카 연합 등 중심으로 낙관론 커져
유엔 "정치적 해결 간단하거나 쉽지 않아"
지난 1년간 총구를 겨눠 온 에티오피아 정부와 반군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 사이 반목을 끝내는 ‘작은 기회’가 마련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국제사회가 분주하게 평화 중재 노력을 기울이면서, 양측이 ‘대화 필요’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1만 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내전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 비치고 있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드는 한편, 아직 ‘내전 종식’이라는 종착점을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양측 사이에 여전히 서로를 향한 증오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데다, 갈등의 불씨를 키울 ‘마이웨이’ 행보마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리카 정치·경제협력체 아프리카연합(AU)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에티오피아 내전을 끝낼 수 있는 발판이 조만간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올루세군 오바산조 AU 동아프리카지역(아프리카의 뿔) 평화협상 고위대표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 수도·현 정부를 가리키는 말)와 북쪽(TPLF를 지칭한 표현) 지도자를 각각 만났고, 둘 모두 대화를 통한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오바산조 대표의 언급은 유혈 사태를 벌이는 양측이 화해할 여지가 남아 있고, 실제 협상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그는 “이것(정부와 반군 동의)은 우리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나 이 창은 매우 작고 시간이 짧다”고도 덧붙였다. 사태 해결을 위한 시간이 많이 있지는 않은 만큼 국제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뜻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우리는 (에티오피아 내전 종식을 위해) 작은 창이 열리고 있다고 믿는다”고 힘을 보탰다. 제프리 펠트만 미국 동아프리카 특사는 이날 오후 오바산조 대표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에티오피아 내전은 30년간 중앙정계를 주름잡던 옛 집권 정당 TPLF 측과, 2018년 집권한 아비 아머드 현 총리 간 권력다툼이 지속된 끝에 결국 지난해 11월 3일 시작됐다. 1년이 넘도록 좀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최근엔 갈등이 한층 더 격화한 상태다. TPLF는 동맹군과 함께 수도 아디스아바바 코앞까지 진격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안에 수도로 진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도 반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티그라이 지역으로 가는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구호물품 통로까지 차단했고, 이달 2일에는 6개월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시민들에게 ‘무기를 들라’며 전쟁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양측이 대화는커녕 군사력만 키우는 ‘치킨 게임’을 벌이는 동안,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 티그라이 지역에서만 민간인 수천 명이 숨졌다. 피란민 신세로 전락한 이들은 250만 명이 넘는다. 외신들은 정부군과 반군 사망자까지 합칠 경우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추산하는데, 정부가 해당 지역의 통행을 차단해 희생자 집계마저 쉽지 않다. 40만 명은 기근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처지다. 에티오피아 국가인권위회와 유엔은 지난 3일 ‘정부와 반군 양측 모두 민간인 집단 학살과 성범죄 등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극단적 잔학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로선 비록 희미하지만, 국제사회의 중재 속에 양측이 협상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열린 건 유의미한 진전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다.
다만 평화를 꿈꾸기엔 이르다. 유엔도 낙관을 경계한다. 타예 앗스케 셀라시 암데 유엔주재 에티오피아 대사는 “대화와 정치적 해결을 향한 우리의 길은 간단하거나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히려 유엔은 양측의 증오와 혐오 정도가 1년 전보다 더 커진 점을 우려한다. 로즈마리 디칼로 유엔 정무평화구축국(DPPA) 사무차장은 이날 안보리 브리핑에서, 현재보다 더 큰 내전으로 확전할 위험과 관련해 “너무나 실제적”이라고 경고했다.
화해 가능성은 불투명한데, 갈등에 불을 붙일 요인도 아직 산적해 있다. 이날 유엔은 에티오피아 군부가 수도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 최소 1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테러 작전에 가담했다는 이유지만, 전원 티그라이인들이라는 점에서 보복 성격이 짙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제사회의 진화 노력이 도로아미타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에티오피아 정부는 그들을 왜 구금했는지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이미 긴장 상태인 유엔과 에티오피아 정부 간 관계가 더욱 악화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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