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의회 출석해
"푸틴이 루카셴코 지휘... '연극' 기획" 주장
"인간 방패를 사용한 새로운 형태의 전쟁"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 밀려드는 중동 출신 난민의 물결이 러시아의 기획된 ‘공격’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럽연합(EU)이 혼돈에 빠지도록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장기말’로 쓰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벨라루스가 자국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보복하려는 수단으로 난민 문제를 이용한다는 기존의 분석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셈이다. 예사롭지 않은 건 폴란드 현직 총리가 이를 언급하며 러시아를 이 사안에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9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중 가장 최근 사례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공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일선에서 러시아의 정책을 수행하는 사람이며 푸틴 대통령이 그를 지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특히, 러시아가 EU를 혼란으로 몰아넣으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동부 국경뿐 아니라 폴란드 전체 안보가 매우 야만적 방식으로 침해됐다는 사실이 강조돼야 한다”며 “지금 우리 국경의 치안과 온전성이 야만적으로 공격받고 시험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문제에 대해서도 “사람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한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라고 규정한 뒤, 폴란드가 EU를 혼돈으로 몰아넣기 위해 기획된 ‘연극’과 맞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폴란드로 이민자를 보내는 계획에 가담한 모든 사람들을 제재할 것”이라며 “EU를 협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단은 벨라루스 내 루카셴코 대통령 지지자들에 대한 경고 차원이지만,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말했던 것처럼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의 배후에 있을 경우 파장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최근 벨라루스 국경 지대를 통해 월경을 시도하는 중동 출신 이민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날 쿠즈니카 인근에서는 이주민 3,000여 명이 국경 철조망을 뚫고 폴란드 진입을 시도하다 폴란드군과 경찰에 의해 진압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빚었다. 올해 초 이후 불법으로 국경을 넘으려 시도한 사람은 3만 명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의회 출석에 앞서 쿠즈니카를 방문, 상황을 점검하고 군 장병을 위로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 국가에 책임을 돌렸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서방 측이)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건 사실의 왜곡을 불러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벌어지는 이민자 위기는 중동을 자극한 서방에 의한 것”이라며 “폴란드는 난민 권리를 보호하라”고 되레 맞불을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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