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8세의 김지운 감독은 도전을 게을리하지 않는 연출자다. 그의 첫 드라마 '닥터 브레인' 역시 도전의 일환이다. 그간 다양한 걸작을 남겼음에도 꾸준히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지난 10일 김지운 감독은 본지와 화상으로 만나 애플티비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닥터 브레인'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타인의 뇌에 접속해 기억을 읽는 뇌동기화 기술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천재 뇌과학자의 이야기다. 미스터리한 사고로 가족이 희생되는 비극을 겪은 이후 신기술을 이용해 사건 관계자들의 뇌에 접속해 진실의 파편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김지운 감독만의 다채로운 색채를 담았다.
작품은 타인의 뇌에 접속해 기억을 읽는 뇌동기화 기술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천재 뇌과학자의 이야기다. 미스터리한 사고로 가족이 희생되는 비극을 겪은 이후 신기술을 이용해 사건 관계자들의 뇌에 접속해 진실의 파편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특히 영화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악마를 보았다' 등 굵직한 작품을 선보였던 김지운 감독의 첫 드라마 도전이자 OTT 참여다. 김지운 감독 역시 새로운 경험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드러냈다. 그는 "모든 게 새로웠다. 영화를 찍을 때의 패턴이 있었지만 스토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영화 작업보다 기민하게 판단하고 결정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연출의 매력은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
이번 작업으로 김지운 감독은 드라마 연출의 매력을 느꼈다. 김지운 감독이 꼽은 시리즈 드라마의 강점은 한 편의 짧은 에피소드 안에서 이야기 완결성을 내포하면서도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김지운 감독 역시 남다른 의욕을 가지고 작업에 임했다.
그간 장르 영화에서 선 굵은 연출력을 보였던 김지운 감독의 연출작인 '닥터 브레인' 역시 다양한 장르의 조합과 함께 독특한 색채를 갖게 됐다. 회차마다 다른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고민이 매회 새로운 장르로 담겼다.
김지운 감독은 '닥터 브레인' 시퀀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또 흥미롭게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꾸준히 연구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까지 거쳐온 장르적 컨벤션들이 자연스럽게 '닥터 브레인'으로 혼합됐다. 한 작품 안에서 단절 없이 연결하면서 일관적인 무드를 유지하려 했다.
타인의 뇌에 접속하는 이야기, 가설 세우며 드라마로 완성
앞서 김지운 감독은 '닥터 브레인' 원작의 소재에 큰 흥미를 가졌다. 사람의 뇌를 들여다본다는 독특한 출발점부터 느와르 풍, 과감한 인물의 심리 등이 김지운 감독을 매료시켰다. "웹툰의 분위기를 가져가기만 해도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뇌 과학 서적을 계속 찾아봤다. 정말 이 이야기가 가능할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가설을 통해 드라마적 요소로 이끌어왔다"면서 배경을 전했다.
지난 2012년도에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작업을 했던 경험도 자양분으로 남았다. 한국 영화 현장의 수직적인 시스템과 애플티비플러스의 시스템은 어떤 점에서 차이점이 두드러질까. 이에 "기본적으로 창작자에 대한 존중이 있다. 대중 속으로 침투하는 콘텐츠, 공감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모든 과정에서 서로의 목표를 위해 의견을 조정한다. 감독의 표현이나 비전을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제작이 됐다. 그 부분에 대해서 큰 이견이나 불만은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닥터 브레인'을 통해 김지운 감독은 한 작품을 기획하고 창작하는 과정 속 중심에 서게 됐다. 각본을 같이 쓰고 프로듀싱, 연출도 했다. 이와 관련, 김지운 감독은 "한 편을 통채로 알게 된 느낌"이라면서 "프로듀서 마음으로 연출하기 때문에 신경을 안 써도 되는 부분이 더 눈에 들어온다. 집중에 방해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한 편의 드라마, 영화, 콘텐츠를 꿰뚫게 되면서 밸런스와 균형을 갖게 됐다"고 작품이 갖는 의미를 되새겼다.
이선균, 흔들리지 않는 미덕 있어
이 과정에서 김지운 감독은 이선균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김지운 감독과 이선균은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왔지만 이번이 첫 협업이다. 이선균 역시 '닥터 브레인'의 성과로 김지운 감독과의 첫 작업이라 외칠 만큼 두 사람은 돈독한 의리를 과시했다.
김지운 감독은 "이선균이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봐왔다. 오랜 시간 좋은 역량을 봤었다. '커피 프린스 1호점' '나의 아저씨'를 통해 아주 훌륭하고 좋은 연기자로 성장했다. 이선균에게 의지하려는 부분도 있었다. 아무리 좋은 배우도 흔들릴 때가 있지만 이선균은 어떤 경우의 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무너지지 않게 하는 미덕이 있다"면서 깊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그에겐 OTT를 통해 매회 순차적으로 공개되는 방식 역시 낯선 경험이다. 새로운 형태에 대해 김지운 감독은 적응을 언급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한꺼번에 보이고 총평을 듣고 싶은 마음이 있다. 플랫폼 포맷에 대해 맞췄기 때문에 반응, 현상들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일주일이 기다려진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재수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장르를 계속 바꿨어요. 한 장르를 할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빨리 다른 장르를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놈놈놈' 다음에는 '악마를 보았다'를 했어요. 성공을 연속하고 싶지 않아요. 성공 보장이 영화 혹은 드라마를 만드는 작업의 이유는 아니에요. 다음이 궁금한 게 이 나이가 되도록 다음 작품을 하는 동력이죠."
이토록 도전정신을 한껏 자랑한 김지운 감독의 차기작도 영화일 터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를 계속 하고 싶다. 환경이 많이 변하면서 산업이 많이 위축됐다. 좀 더 보수적으로 되고 안정성을 추구한다. OTT 산업 속 표현 수위, 강도, 소재가 모험적이지만 시네마틱을 구현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화를 계속 작업할 것"이라면서 진정한 '영화인'의 자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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