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네슘 가격도 폭등, 공급 걱정
수산화리튬·산화텅스텐도 中 의존
수출 제한 조치 땐 국내 산업 멈춰
"마그네슘 가격이 연초 대비 3~4배 올라서 힘들었는데, 공급난까지 발생하면 일손을 놓아야겠죠."
국내 자동차 엔진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A(53)씨는 요즘 연초부터 시달려 온 마그네슘 탓에 일자리 걱정까지 해야 할 처지라고 했다. 가격 폭등도 버거운데, 이젠 공급 부족 사태를 겪어야 될지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마그네슘은 엔진 블록, 실린더 헤드 등을 만들기 위한 핵심 원재료다. A씨 공장은 최근 중국산 마그네슘 가격 폭등으로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공급난이 장기화할 경우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A씨는 "엔진 공장이 문을 닫으면 결국 완성차 생산도 중단되는 것"이라고 탄식했다.
요소수 품귀 사태에 수면 위로 떠오른 원자재 공급난이 국내 산업계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자동차에서부터 배터리와 반도체 등을 포함한 국내 핵심 수출품 생산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가 주로 해외 수입 품목인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예상치 못한 수출 중단 조치가 내려질 경우, 우리나라에 돌아올 여파는 '제2의 요소수' 파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단 지적이다. 이에 대한 시나리오는 통계에서 확인된다.
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자동차와 배터리, 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에 필요한 주요 원자재의 80%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램프 등 부품 제작에 필요한 마그네슘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수입 비중은 100%에 달한다. 사실상 중국을 제외하면 국내 자동차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중국발 마그네슘 공급난은 지난해부터 먹구름을 드리웠다. 중국 상하이메탈마켓에 따르면, 지난 9월 마그네슘 가격은 톤당 6만3,000위안으로 연초 대비 3배나 급등했다. 글로벌 마그네슘 생산량의 87%를 담당한 중국이 전력난을 이유로 제련소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심화되면 중국 정부가 요소처럼 마그네슘 수출을 아예 제한할 수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인도 기한을 1년 가까이 연기한 완성차 업계에 또다시 악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터리 제작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지난해 중국 수입 비중은 81.1%에 달했다. 올해 1~9월 누적 수입 비중은 83.5%로 더 늘어나 갈수록 대중 의존도가 심화되는 추세다. 업계에선 중국 정부가 요소처럼 수산화리튬 수출을 제한하면 ‘K배터리’의 아성이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업계가 올스톱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배터리 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공급망이 편중돼 있다”고 귀띔했다.
배터리업계에선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호주 광산과 아르헨티나 소금호수 등에 투자해 리튬 생산기지를 구축했고, 지난 4월 설립한 포스코리튬솔루션을 통해선 2023년 준공을 목표로 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만드는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여기서 만든 수산화리튬은 100%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생산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2023년까지는 중국의 눈치를 보며 불안한 시기를 보내야 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중국에 기대고 있긴 마찬가지다. 반도체 제조 시 필요한 원자재인 산화텅스텐의 경우 올해 1~9월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94.7%다. 산화텅스텐은 반도체 공정을 위한 가스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원료인데, 반도체는 정밀한 기술이 필요한 산업이라는 점에서 산화텅스텐의 대체제를 구하기도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렴한 생산 비용과 수출의 용이성을 이유로 원자재 가공·제련 공장 대부분이 중국에 위치하고 있다"며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돌리기엔 기술적인 한계가 있고, 선진국에선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제련공장을 옮기는 것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원부자재의 '중국 리스크'는 당분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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