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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대통령', 제롬 파월 美 연준 의장, 연임으로 무게추 기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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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대통령', 제롬 파월 美 연준 의장, 연임으로 무게추 기우나

입력
2021.11.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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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vs 브레이너드' 팽팽한 2파전 예측
'트럼프 측근' 퀄스 부의장, 사임 발표해
"바이든의 파월 연임 결정 장애물 제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9월 워싱턴에서 열린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9월 워싱턴에서 열린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향후 4년간 더 군림하게 될 것인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하는 연준 수장의 교체 여부를 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한때 불투명해 보였던 파월 의장의 연임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강력한 경쟁 후보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의 등장으로 팽팽한 접전이 예고됐지만, 현직 부의장이 돌연 사임하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파월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파월 의장의 9개월에 걸친 오디션이 마침내 막바지에 다다랐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에게 중앙은행 시스템 최고위직 기회를 한 번 더 줄 것이라는 조짐이 많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새 얼굴을 후임으로 낙점하는 대신, 그를 유임하는 쪽으로 백악관의 무게추가 기울었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은 줄곧 차기 연준 의장이 누가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금리 결정은 이 나라를 뛰어넘어 거의 모든 나라의 정책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사실상 지구촌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까닭에 연준 수장은 '세계 경제대통령'으로도 불린다. 통상 역대 미국 대통령은 현직 의장의 임기 종료 직전 해 10월, 늦어도 11월 초에는 차기 의장을 지명해 왔다. 파월 의장이 2017년 11월 2일, 전임자인 재닛 옐런 의장(현 재무장관)도 2013년 10월 9일 각각 공식 지명된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이달 중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구도는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이사의 2파전으로 압축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 백악관에서 두 사람을 각각 면담하기도 했다. 사실 올여름까지만 해도 파월 의장 연임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신속하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쳐온 데다, 금융 정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평가가 많았다. 월가 이코노미스트와 경제 전문가 4명 중 3명이 그의 무난한 연임을 점쳤던 이유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연준 이사가 2017년 3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연준 이사가 2017년 3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선임되긴 했으나, 중도 성향으로 분류돼 큰 적(敵)이 없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혔다. 파월 의장은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도,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도 아니다. 전임자인 옐런 장관이 “파월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위기에 매우 훌륭하게 대응했다”며 치켜세웠을 정도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그의 연임 카드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굳이 연준 수장을 교체하면서까지 시장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 이유가 없다. 중앙은행 통화정책 독립성과 지속성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8월 민주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면서 연임에도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파월 의장이 금융 기업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이유였다. 특히 ‘월가 저승사자’로 불리며 당내 영향력이 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그를 ‘위험한 남자’라고 부르며 “재신임한다면 백악관과 싸우겠다”고 공공연하게 엄포를 놨다. 이들이 적임자로 내세우는 인물은 진보 색채가 강한 브레이너드 이사다. 파월 의장보다 자본시장에 훨씬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데다 비둘기 성향을 띠는, 민주당 진보그룹의 입맛에는 더 맞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여성, 소수자 등 다양성 내각을 추구하는 점도 브레이너드 이사한테는 유리한 요인다. 반면 공화당은 그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어, 차기 연준 의장 선임은 그야말로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미국 달러 지폐의 모습. AFP 연합뉴스

미국 달러 지폐의 모습. AFP 연합뉴스

다만 이날 ‘트럼프 측근’이자 공화당 성향인 랜들 퀄스 연준 부의장이 연내 사임 의사를 발표하며 기류 변화가 생겼다. 그간 민주당 강경파는 연준 실세인 파월 의장과 퀄스 부의장의 친(親)시장 정책을 이유로 두 사람을 견제해 왔다. ‘파월 재신임’ 반대의 이면에는 중앙은행 힘의 균형추가 보수 진영으로 기운 만큼 진보 성향의 브레이너드 이사를 지지, 연준 내 기반을 확고히 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그런데 퀄스 부의장이 연준을 곧 떠나는 게 기정사실화하면서 이 같은 전략도 수정될 공산이 커졌다. 민주당이 파월 의장은 그대로 둔 채, 연준 주변 요직을 진보 성향 인사로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부의장이 공석이 될 경우, 백악관으로선 파월 의장을 연임시키고 경쟁자인 브레이너드 이사를 부의장으로 승진시켜 연준 내 ‘힘의 균형’을 맞추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백악관이 파월을 재신임하고 브레이너드를 부의장으로, 다른 진보 인사들을 공석이 될 연준 이사로 임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도 “(퀄스 부의장이) 바이든의 파월 연임 결정에 장애물을 제거해 준 꼴”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의 연임론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는 얘기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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