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력 있고, 사려 깊고, 지칠 줄 모르는..." 풍자 대상 된 '시진핑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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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력 있고, 사려 깊고, 지칠 줄 모르는..." 풍자 대상 된 '시진핑 찬가'

입력
2021.11.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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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 시진핑 주석 평가 문구
'좋은 말' 늘어놓자 네티즌 '복사 붙여 넣기' 놀이
중국 영자언론, 대외창구에서 대내 홍보용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9일 신해혁명 110주년을 맞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결단력과 행동력이 있는 사람. 사려 깊고 감수성 짙은 사람, 유산을 물려받았지만 혁신에 도전하는 사람, 미래를 향한 비전을 가지고 지칠 줄 모르고 일하는 사람."

6일 중국 관영언론인 신화통신이 대외에 알리는 영문 기사를 홍보하면서 자사 공식 트위터에 올린 '시진핑 찬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은 것이 '낯 뜨거울 정도의 찬양적 어조'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위 내용과 동일한 문구를 복사해 붙여 놓고, 시 주석 대신 그를 닮았다고 알려진 캐릭터 '곰돌이 푸'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로보캅 사진 등을 붙여 놓으며 문구의 우스꽝스러움을 풍자하고 있다.



6중전회 앞두고 시진핑 홍보 '분위기 띄우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찬사를 보내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트윗(위)과 이 내용을 고스란히 붙여 놓은 '곰돌이 푸' 사진 트윗. 트위터 캡처


해외의 반응이 어떻든, 신화통신이 '시진핑 찬가'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현재 열리고 있는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시 주석을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등 과거 중국의 '위대한 지도자'와 같은 반열로 올리는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신화통신은 여러 차례의 트윗을 통해 시 주석을 높게 평가하는 기사와 표현을 쏟아내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홍콩 명보(明報)는 5일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6중전회에서 새로운 '역사결의'가 중국 공산당 100년사를 3단계로 분류하는 논법에 입각해 시 주석을 마오쩌둥, 덩샤오핑 시대에 이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제3대 영도자의 반열에 올리는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시진핑 장기집권 준비 끝…내년 당대회 축제만 남았다"[6중전회 전문가 인터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110812220003343



"관영매체, 홍콩 사태 이후 사려 깊은 언론에서 애국주의로 일변"


중국 신화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분위기를 조성하는 6중전회를 앞둔 6일(현지시간) 시 주석의 행적을 알리는 보도를 한꺼번에 소개했다. 이 트위터 계정에는 "중국 국영매체"란 딱지가 붙어 있다. 트위터 캡처


중국 관영언론은 그동안 서방 언론의 중국 정부 비판 보도를 '가짜뉴스' 등으로 대응하는 '대외 선전전'을 담당해 왔지만, 현실적 힘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국 커뮤니케이션청(Ofcom)은 올 3월 중국의 대외방송격인 CGTN이 "홍콩 민주화 운동을 특정 입장에서 왜곡보도했다"는 등의 이유로 방송 일시 정지와 벌금 등의 처벌을 내렸다. 이들이 활동하는 트위터 계정마저 '중국 관영언론' 딱지를 받고 '정권 홍보 기관' 취급을 받는 신세다.

전문가들은 해외와 소통을 목적으로 하던 중국 관영언론의 어조가 뚜렷하게 바뀌고 있다고 지적한다.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의 중국 인터넷 전문가 해나 베일리 연구원은 BBC방송에 "과거 중국 관련 언론이 안으로는 민족주의를 고취하고 밖으로는 화해 협력의 투트랙 어조를 취했다면 이제는 내부와 외부 구분 없이 같은 어조를 띠고 있다"면서 "영어와 영문으로 만들어진 영상에서조차 중국어 자막이 붙은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중국의 영자 매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프리랜서 언론인 션 헤인즈는 트위터에 "(중국 언론의) 전랑(戰狼·싸우는 늑대) 주의는 트럼프 시대에 시작됐지만 2019년 홍콩을 계기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며 "뉴스룸의 분위기가 '누가 더 애국자인가'를 외치는 경쟁 분위기가 됐다"고 밝혔다. 서방과 대립이 치열해지면서 중국의 대외 언론이 더 이상 홍보 목적이 아니라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도구가 된 셈이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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