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추가 지원 속도... 재원은 초과세수로
재난지원금 주자는 이재명 후보에 양보 없어
재정당국이 초과세수로 소상공인을 지원하기로 한 당초 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로 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대립각을 더욱 뚜렷이 세우고 있다. 초과세수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이 후보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예산 집행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재정 여력이 없다”며 기획재정부에 힘을 실어 주고 있어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둘러싼 당정 간 갈등 긴장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소상공인 중 손실보상 제외 업종에 대한 추가 지원책을 이달 중순 발표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숙박·전시·공연·여행·실내스포츠 업종 등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원 방안으론 손실보상 제외 업종의 소비 쿠폰 발행을 추가해 매출 증대를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업종의 대출 한도 증액이나 금리 인하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방역조치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한 소상공인 손실보상법 취지가 훼손될 수 있는 점을 감안, 현금 지급은 지원 방안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한 재원은 10조 원 안팎의 초과 세수로 충당할 방침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내려 보내야 하는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국세 수입의 40%)을 제외한 나머지 초과세수를 손실보상 제외 업종 지원, 국가채무 상환 등에 쓰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부의 초과세수 활용 계획은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 방안과 정면 충돌한다. 특히 당정 간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놓고 이견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예산을 쓰겠다는 방침을 밝힌 터라, 정부가 이 후보 주장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 대선후보의 압박에도 정부가 소신 행보를 보이는 건 내각을 총괄하는 김 국무총리의 지원사격으로 정책추진동력을 상당 부분 확보했기 때문이다. 앞서 김 국무총리는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지면 돈이 나오는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 관계자는 “선별지급이 효과적이라는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정부와 일을 하는 것이지, 여당 대선후보와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후보도 재정 당국을 향한 비판 강도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예상보다 더 많이 걷힌 세금을 쓰면 된다. 흉년이 들어 백성이 굶고 있는데 관아 곳간에 잔뜩 쌀을 비축해 두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고 지적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 의사를 밝힌 재정당국을 다시 한 번 압박한 것이다.
정치권은 청와대가 교통정리에 나서기 전까지 당정 간 갈등 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국무총리가 대선후보 계획에 우회적으로 반대했는데도, 여당 후보의 정부 때리기가 이어지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선 체제에 돌입한 만큼 여당이 대통령 후보를 지원사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후보 의사를 따르거나, 당정 간 물밑 합의를 하지 않는 한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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