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일 경기 가평 자라섬서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개최방역패스 지참한 5,000여명 관람
"오랜만에 탁 트인 곳에서 실제로 공연을 보니 정말 행복했어요.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거나 음성확인을 받은 관객만 있어서 안전하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예전처럼 객석에서 음식을 먹지 못하고 함성도 지르게 못한 건 아쉬웠지만요. 앞으로 좀 더 많은 공연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30대 관객 박수영씨)
경기 가평군 자라섬이 2년 만에 다시 재즈로 물들었다. 재즈 가수 나윤선의 예리한 기교가 늦가을 하늘에 번쩍였고, 조선 힙합 이날치는 신나는 판소리 댄스로 들판을 들썩였다. S.E.S 출신 바다는 개그맨 뺨치는 입담과 함께 재즈 가수로 변신했고,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는 넘치는 열정으로 입동(立冬)의 추위를 잠재웠다. 피아니스트 조윤성의 탱고는 자라섬에 아르헨티나의 '좋은 공기(Buenos Aires)'를 불어넣었다.
5~7일 기대와 우려 속에 18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열렸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처음 열린 대규모 공연이었고, '뷰티풀 민트 라이프' 이후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야외 음악 페스티벌이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하루 최대 5만 명 안팎이 몰렸던 것에 비하면 2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였지만 무대에 오른 음악가들도 관객도 음악 축제가 열린다는 것 자체에 반색했다.
6일 저녁 마지막 무대에 오른 선우정아는 "낮에 다른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보는 데도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고, 7일 공연한 나윤선은 "언젠가 이날이 올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그날이 되니 가슴이 벅차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지난해 온라인으로만 열어야 했다. 올해는 평소대로 10월 초 개최를 목표로 준비했으나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한 차례 연기한 끝에 가까스로 개최됐다. 공연을 1주일 앞두고 정부가 백신접종자·음성확인자 500인 이상 집합 시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을 새로 내놓으면서 해당 절차를 거친 뒤 겨우 열 수 있었다.
대규모 공연이라지만 무료 공연 관객까지 포함하면 사흘간 자라섬을 다녀간 관객은 약 5,000여 명 정도.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주말에 일대 교통이 극심한 혼잡을 빚고 공연장 인근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던 것에 비하면 한적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인재진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총감독은 "18년간 공연을 치르면서 올해가 가장 어려웠다"면서 "열고 보니 무대 위 음악가들이나 객석에 있는 관객이나 이런 공연을 너무나 갈망했다는 걸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연장은 백신 접종 증명서나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 확인자만 입장할 수 있었다. 객석은 1m 간격으로 고정된 돗자리에만 앉을 수 있도록 했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였고 함성이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은 금지됐고, 음식 섭취는 푸드존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객석 관리를 담당한 자원봉사자는 "마스크 착용과 음식 섭취 금지 사항은 대부분 잘 지키는 편"이라면서 "안내에도 불구하고 함성을 지르는 관객이 일부 있었지만 아주 짧은 순간이어서 한 명 한 명 일일이 확인해 막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2,000명으로 제한한 객석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으나 정작 공연장에는 빈자리가 적지 않았다. 주최 측 관계자는 "어린아이에게 PCR 검사를 받게 하기 어려워 취소한 가족 예매자, 1인석, 2인석만 가능해 취소한 단체 예매자, 해외에서 백신을 맞고 국내용 백신패스를 발급받지 못해 취소한 외국인 예매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5일 위드 코로나 방역 지침 변경에 따라 문체부와 지자체 승인과 방역 지침 준수를 조건으로 1회 최대 5,000명까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 JTBC '싱어게인', 가수 나훈아 이승철 임창정 등의 콘서트가 연말에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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