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실명 1위 질환 '황반변성' 앓는데 직접 운전한다?

이전기사

구독이 추가 되었습니다.

구독이 취소 되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성인 실명 1위 질환 '황반변성' 앓는데 직접 운전한다?

입력
2021.11.06 00:10
수정
2021.11.06 08:43
0 0

[전문의 건강 칼럼] 박규형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1초 정도 걸리는 안저 검사를 시행하면 황반변성을 비롯해 녹내장, 당뇨병성 망막병증 등 성인 3대 실명 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은퇴한 김모(67)씨는 오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근교 전원주택으로 이사했다. 깨끗한 공기와 산과 강이 바로 보이는 좋은 주거 환경에 아내도 매우 만족했다. 대중교통이 좀 불편했지만 마트나 친지 방문, 골프 모임 등은 직접 차를 몰아 해결하고 있다.

김씨는 7년 전 직장 건강검진에서 받은 안저(眼底) 검사에서 우연히 ‘나이 관련 황반변성(노인성 황반변성ㆍAMDㆍ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진단을 받았다. 고령 실명 원인 1위 질환인 나이 관련 황반변성을 앓고 있는데 김씨는 어떻게 운전을 할 수 있는 걸까?

김씨는 증상이 전혀 없었지만, 안저 검사에서 나이 관련 황반변성을 조기 진단한 뒤 항산화 비타민제를 꾸준히 먹었다. 이후 오른쪽 눈에는 습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 발생했지만, 꾸준히 안구 내 주사 치료를 받아 운전할 수 있는 시력을 유지하고 있다. 김씨는 같은 나이 관련 황반변성을 앓고 있는 오랜 친구 A씨를 생각하면 항상 가슴이 아프다.

A씨는 형편이 넉넉지 않았지만 젊은 시절 최선을 다해 일하면서 가족을 부양했다. 박 씨는 50대 중반부터 오른쪽 눈이 침침했지만 여유가 없어 괜찮아질 것으로 여겨 별다른 안과 검진을 받지 않고 지냈다. 5~6년쯤 지나자 괜찮았던 왼쪽 눈도 시력이 떨어지면서 오른쪽 눈 시력이 크게 떨어진 것을 알게 됐다.

부랴부랴 동네 안과를 찾았지만 이미 양쪽 눈이 모두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 많이 진행돼 오른쪽 눈은 실명 상태고, 왼쪽 눈은 급히 주사 치료를 받았지만 시력이 0.1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A씨는 늘 하던 운전도 하지 못하고, 즐겨보던 뉴스와 드라마도 시청할 수 없었다.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유튜브조차 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귀여운 손주들의 얼굴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A씨는 같은 질병을 가지고도 일찍 발견해 자동차 운전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친구 김씨를 생각할 때마다 일찍 안과 검진하지 않은 자신의 무지와 무관심에 화가 나 참을 수가 없다.

이런 일이 과연 박씨 개인만의 잘못일까? 그렇지 않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실제 40세 이상 4명 중 1명이 한 번도 눈 검사를 받아보지 못했고,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 있는 환자 100명 중 3,4명 정도만 황반변성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즉, 황반변성 환자의 90% 이상은 조기 진단하지 못해 A씨와 같이 실명 위기에 처해 있다.

다행이 지난 6월 보건복지부는 ‘제3차 국가건강검진종합계획’에서 국가건강검진에 안저 검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상은 전혀 없지만 실명을 일으키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등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일말의 희망이 생겼다.

그런데 최근 일부 비용분석연구에 따르면 이런 실명 질환들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안저 검사의 비용타당성 분석에서는 비용ㆍ효과가 부족하고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한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삶의 질 보정 생존년수(QALYㆍQuality-Adjusted Life Years)’를 기준으로 나이 관련 황반변성을 조기 진단하기 위한 안저 검사의 비용ㆍ효과를 분석했는데 이 방법에는 근본적인 한계점이 있다.

우선 우리 눈은 2개여서 위의 사례로 든 A씨처럼 양쪽 눈 시력이 실명에 가깝게 떨어지지 않으면 QALY가 크게 줄지 않아 조기 안저 검사의 비용ㆍ효과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또한, 안저 검사는 1회 검사로 나이 관련 황반변성 뿐만 아니라 녹내장ㆍ당뇨망막병증 등 3대 성인 실명 질환을 같이 확진할 수 있다.

따라서 안과 질환과 검사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비용ㆍ효과 분석을 근거로 검사의 비용ㆍ효과를 따지는 것은 불합리하고, 이를 근거로 실명 위험에 있는 많은 눈 질환 환자를 방치하는 것은 예방 의료 선진국인 우리나라의 국가건강검진 체계에서도 큰 모순이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나이 관련 황반변성 유병률도 최근 10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모들은 삶에 쫓기어 건강한 노후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말처럼 눈 건강이 없이는 건강한 노후 생활은 없다. 하루 빨리 국가건강검진에 안저 검사를 넣어 많은 우리 부모님들이 A씨처럼 절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몇 년 전 TV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어머니가 녹내장으로 실명해 많은 국민을 안타깝게 한 기억이 있다. 국민 모두가 조기에 안저 검사를 받아 “황반변성ㆍ녹내장 환자가 왜 운전을 못하나요?”라는 질문이 당연시되는 건강한 우리나라가 되길 바란다.

박규형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라이브 이슈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