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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가 뻣뻣하다면?

입력
2021.11.07 18:00
수정
2021.11.08 10:1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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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척추염’, 진단에만 평균 40개월 걸려

강직척추염은 초기에는 주로 아침 잠에서 깬 후 허리ㆍ엉덩이 부위에 극심한 통증과 강직이 생기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아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강직척추염은 초기에는 주로 아침 잠에서 깬 후 허리ㆍ엉덩이 부위에 극심한 통증과 강직이 생기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아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세종대왕도 강직척추염을 앓았다?’ 등이 굳고 꼿꼿해 굽혔다 폈다 하기가 어려워 중국 사신과의 연회에 불참했다는 조선왕조실록 기록(세종 17년 4월)을 바탕으로 이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세종대왕은 22세 때 처음 무릎 통증이 나타나 허리가 뻣뻣해지고 통증으로 움직이기 힘들 때가 많았다. 강직척추염과 매우 비슷한 증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강직성척추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4만8,294명으로 2010년 3만1,802명 대비 51.9% 증가했다. 10년 새 1.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2.5배 더 많다.

그런데 강직척추염을 초기에는 디스크나 협착으로 잘못 알아 제대로 진단받는 데 평균 40개월 정도 걸린다. 이 때문에 강직척추염 환자를 ‘진단 난민’이라고 부를 정도다. 대한류마티스학회는 매년 11월 첫째 금요일(올해는 11월 5일)을 ‘강직척추염의 날’로 정해 병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막대기처럼 굳은 ‘대나무 척추’

강직척추염(Ankylosing Spondylitis)은 디스크가 물렁뼈 기능을 잃고 녹아내려 24개의 척추가 하나의 뼈로 굳는 병이다. 척추관절에 붙어 있는 디스크의 인대와 힘줄이 염증으로 딱딱하게 굳는 것이다.

엉덩이 깊숙이 위치한 천장관절(薦腸關節ㆍsacroiliac jointㆍ척추와 골반이 만나는 관절)에서 주로 시작된다. 척추가 대나무처럼 딱딱해지기에 ‘대나무 척추(bamboo spine)’라고도 불린다. 20~40대 젊은 남성에서 주로 나타난다.

병 원인은 주로 ‘HLA-B27’ 유전자 이상 때문으로 여겨진다. 면역에 관련된 HLA 유전자 가운데 B27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강직척추염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심승철 충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4.6%가 HLA-B27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주증상은 아침이나 활동하지 않은 시간에 엉덩이ㆍ허리 부위에 뻣뻣한 느낌과 통증이다. 통증은 주로 엉덩이 부위에서 시작돼 허리 위쪽으로 올라오며, 결국에는 척추 전체로 번지게 된다. 움직이면 아픈 디스크(추간판탈출증)와 달리 가만히 있으면 더 아프다. 아침에 자고 일어날 때 가장 아프고 뻣뻣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좋아진다.

최찬범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질병 초기 증상은 주로 아침에 잠에서 깬 후 허리ㆍ엉덩이 부위에 극심한 통증과 강직이 생기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아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강직척추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염증이 지속돼 척추에 새로운 뼈가 자라나 척추가 하나로 붙게 된다. 척추가 딱딱한 막대기처럼 굳어져 몸이 앞으로 굽는 변형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강직척추염 환자의 30%는 심한 척추 관절 강직을 겪는다. 환자 대부분은 통증, 작업 능력 저하, 신체 기능 손상으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심한 척추 강직이 있으면 척추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게 된다.

강직척추염 환자의 40%에서 눈 통증과 눈부심, 뿌옇게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는 포도막염을 앓는다. 포도막염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될 수도 있다.

김태종 빛고을전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강직척추염을 조기 진단하면 관절을 비롯한 다양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45세 미만에서 3개월 이상 허리 통증이 지속되면 빨리 류마티스내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강직성척추염(왼쪽)은 정상 척추(오른쪽)보다 관절 없이 하나의 긴 뼈처럼 이어진 모습을 보여 ‘대나무 척추’로도 불린다.

강직성척추염(왼쪽)은 정상 척추(오른쪽)보다 관절 없이 하나의 긴 뼈처럼 이어진 모습을 보여 ‘대나무 척추’로도 불린다.


◇생물학적 제제로 척추 변형 예방

강직척추염은 척추 및 다른 관절의 통증을 완화하며 손상ㆍ변형을 예방하고 늦추는 것이 치료 목적이다. 치료제는 크게 염증ㆍ통증 완화를 위해 쓰이는 소염진통제 등 경구용 약물과 주사제인 생물학적 제제가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질병 활성에 관여하는 물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으로, 기존 약보다 증상 조절에 훨씬 효과적이다.

처음 나온 생물학적 제제인 TNF-알파 억제제(휴미라, 레미케이드 등)는 질병 원인과 관련 있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조절하는 치료제로, 강직척추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염증을 억제한다.

강직척추염은 이러한 증상 및 염증을 관리하는 것 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척추 변형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절은 일단 변형되면 약 효과가 없고, 변형된 관절은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강직척추염의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인터루킨-17A(IL-17A)를 직접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코센틱스, 탈츠 등)가 나왔다. 새로운 생물학적 제제가 나와 통증 완화에서 척추 변형 억제와 관해(寬解ㆍ증상이 줄거나 없어진 상태)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김재민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강직척추염의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약물 치료와 함께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며 “운동은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절 운동 범위 내에서 꾸준한 스트레칭,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이 좋다”고 했다.

[강직척추염 환자를 위한 생활 수칙]

1. 반드시 금연한다. 특히 강직이 진행됐다면 강직으로 폐활량이 줄어들 수 있기에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2.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다만 운동 강도가 세면 골절이 생기거나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3. 폐활량 증가를 위해 큰 풍선 불기 등 숨쉬기 운동을 한다.

4. 잠은 약간 딱딱한 곳에서 잔다. 침대를 고를 때도 적당히 단단한 매트리스를 골라야 하며, 베개도 가급적 낮은 것을 사용한다.

5. 평소에 등과 허리를 굽히지 않고 똑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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