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위암 발생 세계 1위국” 우리는 왜 위암에 취약할까?

입력
2021.11.06 04:10
수정
2021.11.06 08:51
0 0

[전문의 건강 칼럼]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짜고 자극적인 음식만 줄여도 발병 1위 암인 위암이 생길 위험이 줄어든다. 게티이미지뱅크

짜고 자극적인 음식만 줄여도 발병 1위 암인 위암이 생길 위험이 줄어든다. 게티이미지뱅크

진료실에서 위내시경 조직 검사에서 위암 진단이 나왔다고 말하면 환자들의 반응은 정말 다양하다. 위암 가족력이 있는 환자는 ‘올 것이 왔구나’라는 담담히 받아 들이고, 어떤 환자는 ‘소화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데, 혹시 결과가 바뀐 거 아닙니까?’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위암에 걸린 환자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탕이나 찌개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즉, 짜게 먹는다. 그 다음으로 불에 바짝 태운 고기를 즐겨 먹는다. 위는 음식을 포함한 외부 물질을 직접 만나는 장기이므로 위암 발생은 대부분 식생활과 밀접하게 관계있다.

위암 많았던 서양도 이것을 계기로 줄었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서구에서도 예전에는 위암 환자가 참 많았다. 그런데 한 가지가 바뀌자 위암이 급격히 줄었다. 바로 냉장고 보급이다.

냉장고가 없을 때에는 음식을 오래 보관하려고 소금에 절였기에 위암이 많았다. 그런데 냉장고가 보급돼 신선 식품을 대부분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위암이 확연히 감소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집집마다 김치냉장고까지 냉장고가 보통 2대씩 있다. 그런데 냉장고 안에는 김치를 비롯한 다양한 절임 음식이 들어 있다. 절임 음식을 냉장 보관해 먹고 있는 것이다. 신선 식품을 먹는 것이 위암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식습관이다.

짠 음식 멀리해야 위암 예방한다

위암 발생국 1위는 우리나라이고, 2위는 일본이다. 또 어떤 해에는 1, 2위가 뒤바뀌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은 항상 위암 발생 1, 2위를 다툰다. 서양 의사들이 보기에 우리나라는 맵고 짜게 먹고, 일본은 달고 짜게 먹는 문화를 갖고 있다.

두 나라 모두 간장과 소금을 즐겨 먹는다. 간장ㆍ된장ㆍ고추장 같은 양념장은 좋은 식재료이지만,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유해한 물질도 함께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양념이 많은 식사를 즐기지 않는 것이 위암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짜지 않게 먹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국ㆍ탕ㆍ찌개 국물을 마시지 것이다. 실제 위암 환자들은 대개 국에 밥을 말아먹거나, 탕이나 찌개 국물을 즐겨먹는다. 맛있는 국물은 모두 소금과 간장으로 맛을 내는 것이다.

가끔 환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미국 과자 먹어봤어요? 진짜 짭니다. 소금 소태예요. 우리나라 그렇게 짠 과자 없습니다.” 매우 짠 음식을 먹는 나라가 많지만 아주 큰 차이가 있다.

다른 나라의 짠 음식은 뜨거운 국물이 아니므로 실제 소금 양에 비례해 짠 맛이 난다. 그래서 많이 먹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모두 뜨거운 국물, 매콤한 고추장 양념으로 소금이 덮어진다.

보통 시원하다고 느끼는 뜨끈뜨끈한 국물은 식었을 때 마시면 정말 짠 국물이다. 또 고추장, 설탕 양념이 듬뿍 들어 있는 비빔밥도 매우 짠 음식이지만 잘 느끼지 못하고 먹는다. 비빔밥, 칼국수, 김치찌개 1인분에는 하루 필요한 나트륨이 다 들어 있다.

또 적게 먹으면 좋은 것이 바로 염장 식품으로 각종 장아찌와 젓갈 반찬이다. 다양한 밑반찬이 있는 식문화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문화적 특성이지만, 대부분 짠 것이 문제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라도 소금이나 간장에 절여 먹으면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제발 재료 그대로 신선 식품을 최소한의 조리만으로 즐겨 먹길 바란다.

가공육을 멀리하자

햄ㆍ베이컨ㆍ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가공 과정에서 아질산염이 포함된다. 아질산염은 위 안에서 아민이나 아마이드와 결합해 질산나이트로소(N-nitroso) 화합물이 되는데, 이 화합물은 위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이다.

특히 가공육에는 이런 아질산염 함량뿐만 아니라 염분 함량도 높을 때가 많아 가급적 적게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젠가 한 번 가공육을 먹으면 큰일날 것처럼 여겨 먹지 않다가 요즘 다시 슬슬 많이 먹고 있다. 절제하자.

훈연 식품을 줄이자

훈연한 육류나 생선의 경우 훈연 과정에서 발암물질 일종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ㆍ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가 생성될 수 있다. 또한 훈연 과정에서 대부분 육류나 생선은 소금에 절여지면서 위 속에서 질산 나이트로소 화합물이 생성된다. 아직은 체내에서 훈연 식품이 위암 발생을 높인다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금 절임까지 고려하면 되도록 적게 먹는 것이 좋다.

불에 태운 고기도 위암을 일으킬 수 있다

단백질 식품을 구워 먹을수록 위암이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단백질이 불과 직접 만나면 벤조피렌이 발생하는데, 이것도 발암물질이다. 프라이팬에 구워 먹다가 타는 경우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불에 직접 닿아서 굽게 되는 직화 방식이 위험한 것이다. 되도록 숯불 직화구이를 피하는 게 위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헬리코박터균도 위암 주원인이다

위내시경 검사에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cter pylori) 세균이 있으니, 제균하라고 이야기 듣는 경우가 있다. 제균이라는 말은 세균을 없애라는 것이고, 항생제를 먹으라는 이야기다.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되면 위암 발병 위험률이 3~6배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밖에 헬리코박터 균은 급성 위염, 만성 위염, 위ㆍ십이지장궤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모든 헬리코박터 균을 반드시 제균할 필요는 없다.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하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급적 제균 치료를 받는 것이 위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