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로 관광객 유치 경쟁 치열
이색 상품에 화끈한 인센티브 앞다퉈
코로나로 2년간 잠잠 지역 축제도 부활
"아껴둔 예산 집중 투입… 위기를 기회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닫혔던 축제장 문을 활짝 열고 버스엔 기름칠을 시작했다. 방역 정책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전환됨에 따라 본격적인 관광객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관광상품은 물론, 파격적인 숙박비·교통비 지원 등 매력적인 유인책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위드 코로나 이후 고공 행진하는 확진자 추이를 고려하면 '관광객 모시기 열풍'에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지자체에선 국내 이동은 자유롭고 해외여행은 막혀 있는 지금을 지역 관광산업 키우기에 ‘다시 없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숙박비 교통비 걱정은 잊어라
7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는 전국에서 찾는 관광객이 1박에 7만 원이 넘는 경북지역 숙박업소에 투숙하면 5만 원을 정액 지원하는 숙박 쿠폰을 최근 2만5,000장 판매했다. 9일부터 이달 말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경북도는 이를 위해 12억 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책정된 올해 관광 마케팅 예산 30억 원을 한 푼도 쓰지 못했다”며 “그 예산을 연말까지 집중적으로 투입해 전국 관광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경북을 관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파격적인 교통비 지원까지 예고했다. 코레일과 협의해 이달 말부터 다른 지역에서 경북으로 운행하는 KTX 요금 할인행사를 추진한다. 청량리역서 안동까지 KTX 이음은 1만 원에, 서울역서 경주까지 KTX는 50% 할인판매한다. 차량 공유서비스 쏘카도 80%나 할인해 준다.
경북도 관계자는 “연말까지 예산을 집중 투입해 침체에 빠졌던 관광산업을 부흥시킬 것"이라며 "몰려든 관광객들이 지역 관광산업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항공 요금까지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다. 부산시는 이달 중 부산행 KTX와 항공기 이용요금을 50% 할인해 주기 위해 코레일 및 항공사와 협의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부산 숙박 예약 시 5만 원 할인쿠폰을 지급하거나, 부산 여행상품에 대해 50%를 지원(1인 최대 20만 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부산 시티투어버스, 태종대, 낙동강 생태 탐방선을 연계한 통합 할인 판매도 추진된다.
세종시도 지역 숙박시설에 투숙하면 최대 5만 원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세종 체류형 관광상품 사업'을 시작한다. 인천시도 코로나19로 멈춰 섰던 인천시티투어 버스 운행을 재개했고, 지역 숙박시설 350곳에 예약 땐 결제 금액의 30%를 5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는 '인천 단독 숙박상품 기획전'도 진행한다.
안전한 ‘지방’에서 힐링과 충전을
코로나19로 안전과 힐링을 중시하는 개별여행이 대세로 자리 잡자, 이 같은 트렌드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지자체도 있다. 이른바 ‘웰니스(Wellness) 관광산업’ 육성에 나선 제주도가 대표적이다. 제주관광공사는 머체왓숲길, 제주901, 가뫼물 등 웰니스 관광지 11곳을 선정해 홍보와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기업연수와 수학여행 등 소규모 단체 관광객을 위한 연수탐방 프로그램인 ‘제주필드트립’도 공개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코로나가 역설적으로 제주에 ‘관광 1번지’ 위상을 되찾게 해줬고, 해외 대신 제주를 찾은 분들이 제주를 재발견하고 돌아갔다”며 “발길이 다시 이어지도록 제주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2019년 동기(104만 명)보다 많은 116만 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성큼 다가온 ‘재택·원격 근무’ 분위기를 지역 관광산업과 연계한 지자체도 있다. 휴가와 업무공간을 결합해 여행상품을 출시한 경남도가 대표적이다. 도는 ‘남해 바다로 출근! 경남 워케이션’ 관광상품 기획전을 4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업무(work)와 휴가(vacation)를 병행하는 근무 형태인 '워케이션'이 새로운 여행 추세로 부상하면서, 지역 관광명소가 더 많은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당 상품은 남해안 휴양지를 중심으로 지역 숙박 업체를 활용해 업무공간을 확보하고 레저·체험활동을 연계해 출시됐다.
억눌렸던 지역 축제도 속속 재개
연기됐던 지역 축제도 속속 열린다. 전남도는 지난 7월 중단했던 전남 관광지 순환버스 ‘남도한바퀴’ 운행을 8일 재개해 전남 곳곳의 ‘숨겨진 매력 공간’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특히 수도권 관광객 공략 차원에서 19일부터 매주 금·토요일에 순환버스 ‘남도한바퀴’와 KTX를 연계한 여행프로그램도 시작한다.
겨울로 넘어가는 문턱에 있는 만큼 국내 대표 겨울관광지인 강원도도 분주하다. 화천군은 세계적인 겨울 이벤트로 자리 잡은 산천어축제를 내년 1월 8일 개최하기로 하고 본격 준비에 나섰다. 강원도 관계자는 “산천어축제의 경제효과는 1,000억 원이 넘고, 매년 150만 명 이상이 찾아 지역 경제에 큰 힘이 됐다”며 “1998년 시작한 ‘원조 겨울축제’인 인제 빙어축제, 홍천강 꽁꽁축제, 평창대관령 눈꽃축제도 개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19~21일 온라인으로만 열기로 했던 경북 포항국제불빛축제도 드론 300대가 펼치는 불꽃쇼 등은 대면행사를 부활시켜 추진한다. 내년 2월에 열기로 했던 영덕대게축제도 12월 한 달 동안 온라인·대면 하이브리드 행사로 열린다.
제주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국내 관광산업의 국내총생산 기여도는 2.8%로 관련 통계가 있는 전 세계 51개국 중 꼴찌 수준”이라며 “위드 코로나 기회를 잘 활용하면 국내 관광산업 경쟁력도 키우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하는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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