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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로 英 정육 일손 부족…도축소 수출 후 가공육 되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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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로 英 정육 일손 부족…도축소 수출 후 가공육 되산다

입력
2021.11.04 18:22
수정
2021.11.04 18: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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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가공협회 "일손 최대 20% 부족해…
트럭 한 대당 비용 242만원 증가하지만"
정부, 단기 일손 구할 비자 발급 약속만

지난달 14일 영국 런던의 한 정육점에 판매용 고기가 진열돼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영국 런던의 한 정육점에 판매용 고기가 진열돼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도축한 소·돼지를 손질할 일손 부족에 시달린 영국 육류업체들이 결국 소·돼지 사체를 유럽연합(EU)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외부에서 가공한 후 다시 영국으로 들여오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한 것이다. 비용 부담은 늘겠지만, 농장에 가축은 넘쳐나는데 매출은 떨어지는 상황은 피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업계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예상됐던 문제인데도 정부가 뒷짐만 진 탓이라며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육가공협회(BMPA)는 3일(현지시간) 도축 후 발골 등 가공이 필요한 소 사체를 아일랜드로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돼지 사체도 네덜란드로 보내 가공한 후 다시 가져올 예정이다. 사체를 실은 트럭 한 대당 1,500파운드(약 242만 원)의 추가 비용이 들고, 한번 수출된 고기는 영국 판매를 위한 영국산 고기로 표시할 수 없는 점을 모두 감수한 선택이다. 닉 알렌 BMPA 회장은 "가축이 농장에 쌓이고 슈퍼마켓 선반은 텅 비는 상황보다는 더 낫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도축한 소·돼지를 가공할 숙련된 인력 부족이다. 브렉시트 이후 이민 제한에 따라 외국인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식품과 물류 등 산업 곳곳에서 인력난이 심화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인력난 여파도 있다. 현재 영국 전역의 육류 공장에서는 필요한 일손 중 15% 정도가 부족하다. 일부 지역은 일손 부족 비율이 20%에 달하기도 한다. 특히 소고기 가공에서는 숙련직 위주로 1만5,000명이나 더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임시 비자 발급 대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6개월간 영국에 체류할 수 있는 임시 비자를 800개 발행하겠다는 정책인데, 기간도 짧고 규모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까지 신청자 수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 인력 보충이 있더라도 이달 안에 현장에 투입되긴 어렵다. 조 데이비스 영국돼지협회장은 영국 BBC방송에서 "성탄절(12월25일)까지 외국인 인력이 보충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정부가 더 일찍 행동했다면 이 모든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내에서 숙련된 인력을 키우자는 방안도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숙련자 1명을 키우는 데 적어도 18개월 이상은 걸린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톰 브래드쇼 영국 농민노조 부회장은 "영구적인 계절 근로자 제도(이주노동자 제도)와 단기 '코로나19 회복' 비자 발급이 효과적 방안"이라면서 "(두 제도가) 국내 인력 기술 개발에 투자할 시간도 벌어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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