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SNS에
헝가리 국가기록원이 선물한 신부의 일기 공개
'소동해' 표기된 옛 지도도 함께 소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헝가리 가톨릭 신부가 110년 전에 쓴 한국에 대한 단상과 동해가 표기된 고지도를 공개했다. 모두 헝가리 국가기록원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탁 비서관은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에서 "오늘 김정숙 여사님은 헝가리 국가기록원을 방문하셨습니다. 여사님의 방문에 헝가리는 1910년을 전후해서 한국과 일본, 중국에 있었던 버이 페테르 헝가리 가톨릭 신부가 쓴 책(일기)과 고지도 한 점을 준비해 주셨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순방팀은 이 110년 전의 일기를 발견하고 헝가리의 배려로 미리 읽으며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꼈습니다. 혹여 언론을 통해 전체 내용이 보도되기 어려울까 싶어 이렇게 소개합니다"라며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탁 비서관에 따르면 일기에는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 빠른 속도로 달성하고 있는 근대화, 일본 제국주의의 잔혹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페테르 신부는 1909년 러시아 방문 중 안중근 의사의 저격으로 숨진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 "선량한 일본의 애국자임은 틀림없을지 모르겠으나, 잔학하고 냉혹한 인물이었다"고 묘사했다. 또 "그는 결국 그가 한국인들에게 행한 범죄로 말미암아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고 기록했다.
신부는 한국이 일제 통치로부터 독립할 것이라는 것도 내다봤다. 그는 "일본의 지배와 엄격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국에 대해 영원한 지배를 존속시킬 수 없을 것이다"라거나 "한국인들은 일본의 침략자들보다 우수하다", "한국은 다시 주권을 찾을 것이다"라고 썼다.
또한 "세상의 무대는 대서양이 아니라 태평양 연안지역으로 옮겨질 것"이라며 "그때는 아시아와 미국, 캐나다와 시베리아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나는 한국과 한국민이 미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항상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도 예견했다.
탁 비서관은 이어 헝가리로부터 받은 고지도를 게시했다. 1730년 독일에서 제작된 지도였다. 1739년판이 가장 많이 존재하고, 1730년판은 희귀한 초기본으로 알려져 있다.
탁 비서관은 "한반도 동쪽 바다를 '소동해(小東海·MARE ORIENTALE MINVS)로 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동해.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동해라는데"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료를 찾기 위해 고생한 모든 분들의 수고에 감사하다"며 "100년 전의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도 감사하다"고 남겼다.
김 여사, 일기 낭독하며 "100년 후 한국 국민들에게 보낸 편지 같아"
김 여사는 버이 페테르 신부의 일기 일부를 낭독했다고 한다. "오래전에 언급했듯이 파리, 베를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아시아로 출발하는 급행열차들이 모두 부산으로 향합니다. 오늘날 부산은 실제로 '페르미누스', 즉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머나먼 여정의 종착지입니다"라는 대목이었다.
그가 "이 민족과 국가에 미래에 중요한 역할이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항상 확신하고 있었습니다"를 낭독할 때는 좌중에서 박수가 나왔다고 한다.
김 여사는 낭독 후 "우리는 방금 100년 전 헝가리 신부가 조선에 대해 기록한 감동적인 글을 읽었다. 마치 100년 후의 한국 국민들께 보내는 편지 같은 글"이라고 소감을 표했다. 이어 "그 어떤 무력과 가혹함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고 더욱 강하게 저항하는 조선인들의 고귀한 자존심이 기록됐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는 "헝가리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총 연장 3,000㎞의 기록 속에서 한국의 과거와 오늘을 잇는 기록을 찾아내 준 한국과 헝가리 양국 국가기록원 연구자분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김 여사는 답례품으로 헝가리 국가기록원에 조선왕조실록 중 세종장헌대왕실록의 복제본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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