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심사 앞두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주장
재원 15조~25조 원 필요하지만 마련 방법 막막
내년 1월 시행 앞둔 가상화폐 과세도 유예 주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공약' 발표를 명분으로 이미 결정된 정책을 뒤집으려는 행보를 보이자, 시장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민생에 파급력이 큰 구상을 돌출적으로 내놓은 뒤 정부에 압력을 가하거나, 수차례 예고한 정책마저 시행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책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에 정부·여당 당혹
이재명 후보가 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적극 추진해 달라”고 당부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이미 예산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내년 예산안 국회 심사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항목에도 없는 ‘재난지원금 드라이브’에 나서자 정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당 대선후보의 주장이라 민주당도 그를 지원사격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도 '무리한 주장'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감지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이날 한 방송에서 "재정당국과 협의해 보겠지만, 지금이 이재명 정부는 아니니 않냐"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정부도 불편한 내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부와 상의해 결정해야 할 예산안 개편을 이 후보가 단독으로 주장하고, 이를 따라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여론이 형성되면 관료는 따라야 한다"는 이 후보의 발언이 재정당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는 여당 후보와의 충돌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당정이 협의해 국회에 낸 예산안을 상의도 없이 바꾸자고 하는 것은 정부를 정책 파트너로 대하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당장 재원마련이 문제다. 이 후보 계획대로 전국민에게 1인당 30만~50만 원씩 주려면 약 15조~25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올해 추가로 걷힐 10조 원 안팎의 세수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국가재정법에 따라 배정하는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국세 수입의 40%)을 빼면 한참 부족하다.
적자국채를 발행할 수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히 악화된 정부 재정상황을 감안하면 이 선택지 역시 쉽지 않다. 빠듯하게 맞추어 놓은 기존 예산안을 삭감해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 정도 재원이면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취약계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게 경제회복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책 효과도 없고, 집행 여건도 여의치 않은 비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과세 두 달 앞두고 돌연 유예 주장..."시장 불안 확대" 우려
이 후보가 주장한 가상화폐 과세 유예 방침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앞서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의 양도차익을 복권 당첨금과 유사한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5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20%를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세 시점을 두 달 남겨 둔 시점에서 과세시기를 2023년으로 미루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12월 해당 방안을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여당도 이제껏 별 말 없다가 이 후보가 과세 유예를 주장하자 "재검토하자"며 뒤늦게 제동을 걸고 있다.
김태기 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은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제일 중요한데, 잉크도 마르기 전에 본인들이 통과시킨 법을 손바닥처럼 뒤집어 버리면 누가 신뢰를 하겠냐”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조율되지 않은 정책 행보가 이미 시장에 상당한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관리매입공사를 만들어 국가가 주택 가격의 상하선과 하한선을 관리하겠다거나, 음식점 수를 제한하는 음식점 허가 총량제와 같은 이 후보의 주장 역시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부분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시장에선 이번 논란을 시작으로 재정건전성·정책신뢰도를 해치는 포퓰리즘 정책이 언제든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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