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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한국 연예산업 한단계 더 성장하려면 자체 플랫폼으로 성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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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한국 연예산업 한단계 더 성장하려면 자체 플랫폼으로 성공해야"

입력
2021.11.03 16:52
수정
2021.11.0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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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 홈페이지 캡쳐

파이낸셜타임스 홈페이지 캡쳐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한국, 연예산업의 다음 블록버스터를 구상하고 있다'(South Korea plots its next entertainment blockbuster)라는 제목의 장문의 기사를 통해 세계인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독창적 한국 콘텐츠들을 심층 분석했다.

FT는 K팝 걸그룹 블랙핑크는 세계의 많은 음악 아티스트들 가운데 가장 많은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고, 방탄소년단(BTS)은 팬들이 너무 조직적이고 헌신적이어서 중국 당국은 반체제 종교단체 파룬궁과 같은 수준의 감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현재 한국 연예산업의 위상을 설명했다.

세계인들을 사로잡는 한국 콘텐츠는 K팝을 넘어 영화와 TV로까지 확산됐다. 지난해 오스카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전 세계를 흥분시킨 넷플릭스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폭력에 대한 한국인들의 생각을 세계에 알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 따르면 게임 산업을 포함해 한국의 엔터테이먼트 산업은 2019년 1,070억 달러(약 126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 중국과 일본도 이루지 못한 이러한 성공은 적극적 국가 개입과 외국 영향을 흡수하고 응용하려는 의지, 집착에 가까운 수출지향적 사고 방식 등 자동차나 가전제품 같은 제조 부문에서의 성공과 많은 면에서 같은 특징을 보여준다고 FT는 분석했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의 성공이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 것과 동시에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안고 있는 큰 딜레마도 드러냈다. 넷플렉스와 같은 해외 플랫폼의 하청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들이 모든 권리를 갖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1997, 98년 아시아 금융위기 후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와 문화 수출 촉진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 전역으로 진출하며 한류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까지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서지 못했다. 아시아를 넘기 위해서는 전통적 채널을 우회해 한국 콘텐츠를 직접 접촉할수 있는 기술의 출현이 필요했다. 버니 조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 미국 주류에서 성공을 거둘 유일한 방법은 TV, 라디오, 인쇄물 같은 전통적 매체를 통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 디지털 콘텐츠를 배포하는 이매진아시안 TV의 마이클 홍 전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이전 시대에는 진입 장벽이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의 K팝 그룹들은 소셜미디어 부상 이전부터 팬들과 역동적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고, 여기에 유튜브가 등장했다. 한국의 팬 문화와 유튜브 문화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세계에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한국의 콘텐츠 유통업자들은 해외 소비자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미국 및 유럽 플랫폼에서 한국인이 아닌 사용자가 쉽게 찾을 수 있는 비밀 소스를 심었다. 한국 업계 관계자는 “이것(비밀 소스)이야말로 일본 및 중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일본은 해외시장이 뒷전이고, 중국은 그들의 플랫폼을 세계와 차단했다. 한국은 항상 수출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한국 연예기획사들이 직면한 도전을 보여준다. 한국은 오징어 게임 성공으로 갈채를 받았지만 실제로 돈을 번 것은 넷플릭스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넷플릭스에 너무 많이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최대 영화 및 TV 제작사 CJ ENM의 서장호 상무는 “당분간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플랫폼을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연예산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수출하면서 국제적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K팝과 영화, TV를 압도하는 한국 게임 부문은 '메타버스'로 불리는 가상세계 제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때 제각각인 것으로 여겨지던 분야들이 융합되면서 가상 팝 스타가 참여하는 양방향 콘텐츠 제작도 모색되고 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를 빨아들이는 미래의 플랫폼 제공자가 되고, 미디어 콘텐츠가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가치 사슬을 올리기를 원한다”고 한국경제연구원의 권미경 연구원은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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