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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총으로도 잡히지 않던 떠돌이 검둥개 '반달이'

입력
2021.11.04 11:00
수정
2021.11.0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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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조대가 출동해 마취총을 쐈는데 빗맞아서 못 잡았던 개에요. 배고파 먹을 걸 찾아 돌아다니는 것 같던데 볼 때마다 불쌍해서 혼났어요.

경기 양주시 백석읍 주민 A씨

반달이는 빨간 목줄을 하고 그물망을 뒤집어 쓴 채 떠돌이 생활을 하다 구조됐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반달이는 빨간 목줄을 하고 그물망을 뒤집어 쓴 채 떠돌이 생활을 하다 구조됐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지난 6월 6일 오후 6시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는 경기 양주시 백석읍 기산저수지 앞 도로를 돌아다니는 검은색 털의 개를 발견했다.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니었지만 속도를 내는 차가 많아 오히려 개에게 위험한 상황이었다. 황 대표는 개를 도로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 다가가 간식을 내밀었고 개는 간식을 조금씩 받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주민은 "주변에서 이 개를 자주 봤다"라며 "지금까지 잡으려고 수 차례 시도 했는데 재빠르게 도망가서 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빨간 목줄에 몸에는 그물망, 한 때는 누군가의 반려견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는 간식을 이용해 개를 도로 밖으로 유인했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는 간식을 이용해 개를 도로 밖으로 유인했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개는 빨간 목줄과 낡은 그물망을 매달고 있었다. 황 대표는 개가 포획을 위해 던진 그물망을 뚫고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간식으로 실랑이를 벌이길 1시간, 황 대표는 오래도록 떠돌이 생활을 한 개를 두고 갈 수 없어 개의 목에 산책용 리드줄을 걸었다. 다행히 개는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따랐다.

하지만 다음이 문제였다. 개를 차에 태우려고 하니 반항을 하며 목줄까지 빼려고 시도했다. 이에 황 대표는 혼자 만의 힘으로는 20㎏이 넘는 개를 구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근처 유기동물 위탁소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인은 개를 보자마자 먼저 목에 매달려 있던 그물을 떼어주었고, 그제서야 개는 편안해졌다. 오후 8시 개는 그물을 떼어준 지인의 차에 올랐다.

검정색 털 가슴에 하얀 무늬… 반달곰 닮은 반달이

구조 이후 사람에게 점차 마음을 열고 있는 반달이가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구조 이후 사람에게 점차 마음을 열고 있는 반달이가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개는 오랜 떠돌이 생활을 했고, 포획을 피해 다닐 정도로 머리가 좋았지만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크거나 사나운 성격은 아니었다. 다음날 동물병원에서 검진을 하니 내장칩은 없었고, 야외에서 생활하는 개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심장사상충에 걸려 있었다. 황 대표는 "주변을 수소문하고 보호자를 찾아봤지만 떠돌이개였다는 사실 외에 보호자를 가늠할 단서를 찾기는 어려웠다"라며 "보호자를 찾는다 해도 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기르는 이에게 돌려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달이는 치료를 위해 입마개를 씌워도 순순히 따랐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반달이는 치료를 위해 입마개를 씌워도 순순히 따랐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활동가들은 까만 털로 덮인 가슴에 하얀 무늬가 있는 개의 모습이 반달곰을 닮았다며 '반달이'(2세 추정∙수컷)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동물병원은 반달이가 영양 실조였고 오른쪽 눈 상태가 좋지 않음을 감안해 한 달 정도 안정을 취한 다음 심장사상충 치료에 들어갈 것을 권했다. 활동가들은 반달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황 대표는 "활동가들이 가까이서 돌보다 보니 사람을 잘 따르는 순한 성격임을 알 수 있었다"라며 "떠돌이 생활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남아 있었지만 금세 풀어졌다"고 말했다.

건강 회복중… 남은 일은 평생 가족 찾는 일

황동열 대표가 반달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황동열 대표가 반달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7월 15일 반달이는 심장사상충 치료에 들어갔다. 반달이는 유독 차에 오르는 걸 싫어했는데 활동가들의 돌봄 덕분에 차츰 변했다. 황 대표는 "입마개를 씌우는 데도, 주사를 놓는데도 거부하지 않고 잘 따랐다"라며 "떠돌이개에서 다시 반려견이 되는 과정을 하나씩 거치는 모습이 기특했다"고 전했다.

반달이는 구조 후 사람을 잘 따르는 애교쟁이로 거듭났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반달이는 구조 후 사람을 잘 따르는 애교쟁이로 거듭났다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위탁처에서 지내고 있는 반달이는 심장사상충 치료를 마쳤고 눈 상태도 좋아졌다. 하지만 23㎏에 달하는 덩치에 믹스견, 더욱이 검정색 털의 반달이가 국내에서 입양처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게 황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도 반달이처럼 보호자의 방치나 유기로 떠돌아다니는 개들이 많다"라며 "이들은 보호소에 들어가도 입양 확률이 낮고 안락사를 당하는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믹스견, 안락사 비율 높고 입양률은 낮아

지난 5년간 발생한 유기견 품종.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 5년간 발생한 유기견 품종.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된 유실·유기 동물 공고 57만324건을 분석한 결과 지방자치단체 보호소에 들어오는 유실∙유기동물 가운데 몰티즈, 푸들, 포메라니안 등 품종견은 감소했지만 믹스견은 같은 기간 3만3,009건에서 7만1,798건으로 급증했다. 더욱이 믹스견은 입소하는 수는 많지만 보호소를 나갈 확률은 낮았다. 믹스견의 자연사 비율은 같은 기간 6,780건(20.5%)에서 1만4,765건(20.6%)으로, 안락사는 1만305건(31.2%)에서 2만3,944건(33.3%)으로 증가했다. 새 가족을 찾는 입양의 경우 믹스견은 같은 기간 33.8%에서 지난해 25.5%로 낮아졌다. 동물자유연대는 나이가 어린 믹스견의 지속적인 유실, 유기 증가세가 유기동물 증가의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치료를 마치고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반달이.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치료를 마치고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반달이.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황동열 대표는 "지자체가 마당개에 대해 적극적으로 중성화 지원정책을 펼치고 동물등록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달이는 사람을 잘 따르고 의젓한 성격이다"라며 "해외 입양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입양 가족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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